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돈없는 우리가 시드니를 정리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남자친구와 장기 여행을 떠나는 데 우려도 보냈다. 다른 나라 사람이니까 더하면 더했지. 실제로 우리는 세상을 보는 방식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인내심의 정도부터 시작해 많은 것이 달랐다. 문화 식습관 말할 것도 없고. 더운 날씨에 계속되는 비, 한정된 돈, 여권을 빨아버리는 등 예기치 못한 사고에 우려하던 일들이 벌어질 법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이 결국엔 웃음으로 끝이 났다. 예전의 나라면 못할 일이다. 그와 여행하며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게 뭔지 조금 알게 됐다. 니콜라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은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했으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기의 감정을 덮어두거나 무조건 편을 들지 않았다.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자신 역시 화가 나지만, 그는 나를 알기 때문에 감정이 앞서는 내게 합리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나를 존중하기 때문에 내가 안정적인 기분으로 대화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나의 옹졸한 모습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거다. 그와 몇차례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불편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 남에게 동의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그는 항상 웃었다. 그리고 남탓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오픈 마인드인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그의 모든 행동은 그 자신으로부터 비롯됐다. 나는 머리로만 알고 아직 실천은 잘 안 된다. 사진 속 항상 뭔가 억울한 나와 웃는 그처럼.
매일 상상치도 못한 곳을 가고 상상치도 못한 것들을 보고 상상치도 못한 일들을 했다. 이번 여행은 내 앞날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었다. 내 스스로든 함께든 앞으론 어디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니콜라스가 처음 내게 고백하던 날, 나와는 평생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했다. 이 여행이 지나고 보니 나도 아마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