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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윤혜 Oct 08. 2020

시나위가 궁금해요

제각기 엇갈리는 듯 조화를 이루는 우리 음악, 시나위의 자유로움 속으로

Q 시나위란 무엇인가요.

A 시나위는 전라도와 경기도 남부, 충청도 남부 및 경상도 서남 지역의 무속음악, 즉 남도 무악에 뿌리를 둔 기악합주 음악입니다. 즉흥성이 아주 강한 것이 특징인데요. 시나위가 굿을 할 때 무당의 춤이나 노래에 맞춰 ‘유연하게’ 반주하던 음악에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금·해금·향피리·장구와 징(삼현육 각)이 맡던 무악 반주가 점점 민속으로 퍼져 현재는 가야금· 거문고·아쟁 등 현악기까지 더해진 연주용 음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주자들은 정해진 악보 없이 장단과 청(조성)이란 큰 약속 안에서 음악성과 기교를 발휘해 즉흥으로 각기 다른 선율을 엮어나갑니다. 주로 남도의 육자배기토리(굵게 떠 는 ‘미’, 곧게 뻗는 ‘라’, 꺾는 ‘도시’ 음계)를 사용해서요. 선율은 제각기 엇갈리는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독주로 기교를 뽐내다가 자연스레 합주가 이어지죠. 시나위의 독주는 훗날 독주 기악곡인 산조가 탄생하는 기반이 된답니다.

Q 시나위의 상연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요.

A 오늘날 시나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시나위의 원형인 무속음악 반주입니다.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데, 지역마다 무악 음계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무당이 부르는 음높이에 맞춰 연주하거나, 춤이 길어지면 반주도 맞추어 늘어나는 등 즉흥성이 더 강하지요. 장단 또한 살풀이를 비롯해 진양조·도살풀이·안진반·시님장단 등 다양하게 쓰입니다.

둘째, 살풀이춤을 반주하는 시나위입니다. 역시 삼현육각 편성으로, 주로 살풀이장단에서 시작해 자진모리장단으로 이어집니다. 독주보다는 합주가 주를 이루며 춤 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 가장 보편적인 연주용 시나위입니다. 사전에 청, 장단, 각 악장의 수 등을 정한 다음 연주자마다 재량껏 즉흥 가락을 더합니다. 삼현육각과 더불어 현악기인 가야금·거문고·아쟁도 함께 연주합니다. 장구 연주자가 한 장단을 치면 합주를 시작해, 합주와 독주가 번갈아 연주되다 합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장단은 살풀이장단, 자진모리장단을 중심으로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장단 등 좀 더 익숙한 민속 장단에 가락을 얹는데요. 악기 구성은 다양해졌지만 사용하는 장단은 줄어든 것이죠. 무대화되며 전체적인 통일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동시대의 실험적인 시도들도 흥미롭습니다. 악기나 장단, 음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현대적인 시나위를 만드는 것이지요. 2012~2014년에 걸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시나위 프로젝트’는 작곡가가 만든 작품이나 옛 악보 속 음악에서 벗어난, 연주자들이 음악감독들과 함께 만들고 작곡· 연주한 새로운 즉흥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곳곳에서 재즈나 춤, 다른 나라의 악기,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재료를 접목하는 시도도 이어집니다.

Q 도드리・천년만세 등 타 기악곡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웃도드리·밑도드리·천년만세 등의 풍류음악은 악기 편성과 연주 형식이 시나위와 언뜻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정해진 곡을 악보에 따라 합주하는 형식이기에 청과 장단이 곡마다 정해져 있고, 특히 중심 선율이 곡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연주자들은 각자의 음역대에서 중심 선율을 연주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그에 반해 시나위는 정해진 선율이 없기 때문에 연주자마다, 무대마다 음악이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나위는 악보도 없이 조화로운 형태를 이룰 수 있는 걸까요?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 서로 약속한 ‘장단’과 ‘청’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살풀이면 살풀이장단, 자진모리면 자진모리장단 안에서 연주하고, 약속한 청과 다른 선율법이나 변음을 쓰지 않는 겁니다. 그 외엔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으니, 호흡이 잘 맞는 연주자들과 함께라면 그 시나위는 곧 ‘좋은 음악’이 될 수밖에요.

글 — 전윤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 기자, 출판사 ‘수류산방’ 편집자를 지냈다. 2015 화음평론상을 수상했다

출처 — 국립극장 <미르> 5월호 전통예술사전 '시나위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