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윤혜 Oct 08. 2020

산조가 궁금해요

틀을 갖추고 개성을 빚어내는 산조의 행보



Q 산조란 무엇인가요.


 A 산조는 남도의 민속악에 뿌리를 둔 기악 독주곡입니다. 일정한 장단 흐름 안에서 악기의 기량을 극대화한 순수 기악이지요. 산조가 탄생한 19세기 후반은 개인의 희로애락과 자유로운 발상이 예술 전반에 퍼지던 시기로, 합주나 반주로 연주되던 기악 역시 점차 개별 악기의 개성과 표현력에 주목하게 됩니다.


산조가 틀을 갖춘 데는 당시의 가야금 명인 김창조가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나위의 독주 부분과 판소리 명창들 의 더늠 등 당대 연주되던 가락을 모아 연주하던 것이 정형으 로 거듭났지요. 이어 거문고·대금 등 여러 악기의 산조가 만들어집니다.


산조는 장구 반주 아래, 아주 느린 진양조에서 시작해 중모리와 중중모리로 서서히 흥을 돋운 뒤 자진모리로 신 명을 내는 것을 기본 틀로 삼습니다. 선율은 조(음계)를 넘나 들며, 하나의 청(중심음)에서 이웃한 청으로 옮겨가며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오늘날 산조 앞에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신쾌동류 거문고산조’처럼 이름이 붙은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명인의 가락이 후세대로 계승돼 일가를 이룬 ‘유파’입니 다. 유파에 따라 가락과 주법, 장단의 짜임새가 달라집니다.



Q 산조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가장 먼저 탄생한 산조이자,널리 알려지고 많은 유파가 내려오는 가야금 산조가 있습니다. 느린 장단의 폭넓은 농현부터 줄을 연달아 튕기거나 빠르게 오가는 주법, 휘모리와 같은 빠른 장단에서 2 , 3 박 잘게 쪼개는 음까지 현을 이용한 생동감 넘치는 기교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어 등장한 거문고 산조는 절제와 여백을 미로 삼았던 풍류음악 속 거문고의 통념을 깨고, 술대로 현을 거칠게 내리치며 타악적 효과를 더하거나, 자출성과 개방현을 자유로이 쓰는 등 독자적인 방식을 구축했습니다.


대금 산조는 후세대 유파마다 개성이 두드러집니다. 낮 고 부드러운 저취, 장중한 평취, 호쾌한 역취의 음색을 두루 느낄 수 있으며 특히 갈대청의 떨림, 숨을 이용한 글리산도나 새 울음소리 묘사 등 관악의 매력이 가득하지요.


해금 산조는 초 창기 명인들이 경기음악과 가까웠던 덕에, 경기가락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고음역에서의 섬세한 기교, 줄을 죄고 푸는 역안법, 재빠른 활법은 반주에 쓰이던 해금을 독주 악기로서 위상을 다지게 합니다.


피리 산조는 다른 악기보다 조금 늦은 1960년대에 정립됩니다. 겹서(리드)를 무는 강도나 입김을 조절하기 까다로워 장시간 독주하기 어려웠던 탓이지요. 그러 나 힘있는 소리와 다이내믹 , 서치기·목튀김 등 서와 공기, 지 공을 조절하는 독특한 주법은 곧 피리 산조만의 멋이 됐습니다.


아쟁 산조는 광복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개나리 가지로 현을 긋던 정악아쟁이 창극 반주를 위해 말총 활로 연주하는 소아쟁으로 개량된 뒤, 독주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지요. 계면조 중심의 낮고 깊은 음색이 특징입니다.


태평소나 철현금, 단소 등 무대의 주류 선율 악기로 대접받지 못한 악기들도 산조를 통해 주목받으며 새로운 길을 탐구합니다.



Q 산조 감상법을 알려주세요.


A 장단의 흐름을 알면 산조가 보입니다. 진양조나 중모리의 느린 장단에서는 음의 미묘한 변화와 농현(농음)의 깊이를 음미하는 맛이 있고, 중중모리·자진모리로 넘어가 빠른 기교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흥이 오르지요. 연주자는 장단이 변할 때 가락을 여유롭게 둬 장단이 달라짐을 알려줍니다. 산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유파별로 감상하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경기시나위가락을 넣거나(지영희류 해금산조), 기본 청이 높거나(이생강류 대금산조), 다스름으로 시작해 엇모리로 마무리하는(성금연류 가야금산조) 등 명인의 스타일을 따라 감상하는 맛이 있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흐르는 음률 에 몸을 맡기고 악기 고유의 소리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악기의 개성을 극대화하던 당대의 실험 정신, 그 기량을 펼치는 연주자의 생기를 함께 느끼면서요.



글 — 전윤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 기자, 출판사 ‘수류산방’ 편집자를 지냈다. 2015 화음평론상을 수상했다
 

출처 — 국립극장 <미르> 8월호 전통예술사전 '산조가 궁금해요'




산조가 어떻게 연주되는지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qEZNEk5fFno&t=3576s

매거진의 이전글 시나위가 궁금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