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제례악이 궁금해요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식음악의 정수
Q 종묘제례악이란 무엇인가요.
A 조선 왕조의 역대 임금과 왕후의 신위를 모신 종묘宗廟에 제사 지낼祭禮 때 연주하는 음악과 춤樂을 말합니다. 종묘제례는 선대 왕들의 영혼을 기리고, 나라의 태평성대와 백성의 안위를 비는 국가의 대제입니다. 유교를 받들던 조선에서는 제사를 ‘예’의 핵심으로 여겼고, 그중 왕이 친히 선대 왕에게 올리던 종묘제례는 궁중의례의 정수라고 할 만큼 웅장한 규모와 엄숙한 격식을 갖췄지요.
종묘제례에는 음악과 춤이 수반됩니다. ‘예로 질서를 잡고 악으로 마음을 합한다’라는 유교의 예악 사상을 따른 것으로,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도창이 선왕의 공덕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무용수들은 그것을 형상화한 춤을 춥니다.
초창기에는 중국의 음악을 연주하다 세종이 1425년(세종 7년) “우리나라 사람은 살아서 향악(우리 음악)을 듣다가 죽으면 아악(당나라에서 전해진 궁중음악)을 연주하니 어찌 된 까닭인가”라며 정대업定大業·보태평保太平 등 새로운 곡을 지었고, 세조가 악무를 다듬어 1464년 종묘제례악으로 택했습니다.
음악은 제례 절차에 따라 문덕을 칭송하는 보태평과 무공을 기리는 정대업을 번갈아 연주합니다. 춤 역시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로 나뉩니다. 제사에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600년 가까이 유지해 온 형태는 종묘제례악이 유일합니다. 조선 시대 궁중음악의 격식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사료이자 살아 있는 유산이죠. 현재 종묘제례는 1년에 한 번, 5월 첫 일요일에 종묘에서 거행됩니다.
Q 종묘제례악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A 종묘제례의 절차는 크게 조상신을 맞이하는 영신迎神, 제사상에 음식을 올리는 진찬進饌, 첫 번째 술을 올리는 초헌初獻, 두 번째 술을 올리는 아헌亞獻,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終獻, 음식과 제기를 거두는 철변두撤籩豆, 신을 보내는 송신送神으로 이뤄집니다. 영신·초헌에서 보태평과 문무를, 아헌·종헌에서 정대업과 무무를 연주합니다.
보태평과 정대업은 각각 11곡으로 구성됩니다. 곡은 지휘자 격인 집박이 “드오-” 하며 시작해 아주 천천히 한음 한음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노래도 한 글자씩 늘여 읽습니다. 제례 속도에 따라 첫 곡으로 돌아가 다시 연주하거나, 재빨리 마지막 곡으로 넘어가 마치는 등 유연하게 반주하지요. 마지막에는 “지오-” 하며 마칩니다.
종묘제례악을 이해하는 열쇠는 ‘우주의 조화’입니다. 음양·문무·천지인·오방 등으로 상징되는 우주적 개념이 종묘제례악 곳곳에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연주자는 댓돌 위아래의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문덕을 칭송하는 보태평은 댓돌 위(등가, 양)에서, 무공을 찬양하는 정대업은 댓돌 아래(헌가, 음)에서 연주하죠. 연주 음은 등가가 음려, 헌가가 양률을 써 음양의 조화를 꾀했습니다.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등가와 헌가를, 사람을 상징하는 일무가 이어줍니다. 일무는 열을 지어佾 추는 춤舞으로, 64인이 8행 8열로 서 장대한 동작을 반복합니다. 문무·무무에 따라 동작과 무구가 달라집니다.
Q 종묘제례악에 쓰이는 악기가 궁금해요.
A 악기는 팔음八音으로 우주의 질서를 담습니다. 팔음은 쇠·돌· 실·대나무·박·흙·가죽·나무 여덟 재료에서 나는 소리(악기)입니다. 종묘제례악은 향악기를 비롯해 궁중에서 사용하던 아악기와 당악기까지 팔음이 고루 사용돼 웅장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요. 특히 타악기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악기 배치 또한 상징적입니다. 동쪽에는 음악을 시작하는 푸른 악기 축, 서쪽에는 음악을 맺는 하얀 악기 어를 둡니다. 동쪽 청, 서쪽 백, 바로 오방색을 따랐지요. 헌가의 배치는 등가 배치의 좌우를 바꾼 모양으로, 그 기세가 마치 태극과 같이 조화됩니다. 이처럼 악기, 동작, 배치 하나하나에 부여된 의미들은 서로 맞물려 합일合一을 끌어냅니다. 음악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는 것입니다.
글 — 전윤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 기자, 출판사 ‘수류산방’ 편집자를 지냈다. 2015 화음평론상을 수상했다
출처 — 국립극장 <미르> 9월호 전통예술사전 '종묘제례악이 궁금해요'
종묘제례악이 어떻게 연주되는지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9PFzhS-BSF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