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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Feb 14. 2024

창의성 책 3000권을 읽어 보았습니다

ChatGPT시대에 중심 잡고 살기 위한 책 읽기

이 글의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길게 쓸 수 없어서 줄이다 보니, '창의성 책'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고민을 안고' 책을 3000권 정도 읽었습니다.


이 숫자 안에는 몇 번을 곱씹고 천천히 읽은 책도 있고,

대충 보면서 방향성만 확인하고 덮은 책도 있습니다.

대신 이 당시에 이 고민을 안고 찾아본 논문의 수가 덮어버린 책 수를 훌쩍 넘으니

대략적으로 3000권이라 퉁쳐서 말하기로 합니다.




이 책들을 읽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요?

대충 잡아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 어떤 책을 3000권을 읽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려면, 창의성에 대한 범주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거창하거나, 추상적이거나, 학술적인 정의는 아닙니다.

그저, 창의성에 대한 저의 관심사를 따라가며 범주를 정했습니다.


저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일차적인 창의성은 광고, 브랜딩 같은 영역에서 보이는 독창적 아이디어, 신선한 발상, 꽉 막힌 길에서 답을 못 찾고 있는 것 같은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이었습니다.


그 후에는 직접 책을 쓰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창의성의 가장 근본은 예술에 있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를 하고, 관련 주제를 계속 공부해 왔습니다.

그때 오랫동안 가졌던 질문은, '예술가의 고유함은 어떤 원리로 길러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창의성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성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였으니까요.


어느 정도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답을 얻었다 생각하고는, 여러 원고작업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덩어리가 큰 내용이어서, 어디까지 한 권의 내용으로 끊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여러 번 포맷을 바꾸다 보니 시간이 또 꽤 흘러가더군요.




그러던 사이 세상에 특이점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ChatGPT가 등장한 것이죠.


그전에도 막연하게 사람들은 앞으로 시대에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외쳤습니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영역이 지금의 전문직, 화이트컬러가 될 거라며,

전문직마저 위험하면 창의성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예술가나 작가의 창작 영역마저 ChatGPT가 대체할 거란 불안들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ChatGPT가 세상을 어디까지 바꾸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고정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는 시도보다는,

매 순간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성에 관한 책 3000권을 읽고 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도 유연함입니다.

(다만 이 유연함은 태도의 유연함, 사고의 유연함, 맥락의 유연함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합니다.)




어쩌다 보니 창의성 책 읽기에 10여 년이 훌쩍 넘는 엄청난 시간을 써버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책 읽기를 대신해서 할 수 있었던 다른 일들을 포기한 기회비용도 꽤 컸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근원적 갈증이 해결되지 않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창의성 책 읽기를 참 잘했다 싶습니다.

ChatGPT가 가져온 불안들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불안의 근본 원인을 조금 잠잠한 물속에서 정리하며 변화의 시대에 헤엄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지금 불안의 상당수는 ChatGPT가 자신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데 기인합니다.

그렇다고 ChatGPT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닙니다.

ChatGPT는 지식, 데이터의 조합이고,

인간은 지식, 데이터의 조합 이상의 존재입니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공감과 감정의 영역입니다.

ChatGPT는 불가능하더라도, 다른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이런 영역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인위적으로 흉내 내려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공감의 깊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흉내로는 완전히 대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더 발전해 봐야 알겠네요.


대신 제가 확신할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저는 명상을 하는 사람이니까 내면 에너지도 다루는데,

이런 영역은 ChatGPT든, 인공지능이든, 과학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명상을 하든 하지 않든, 사람들은 매 순간 삶의 태도에 따라 다른 내면 에너지를 갖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의 숙제를 풀어가며 내면 에너지를 통합해 나갑니다.


즉,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능력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책 읽기가 스스로 생각하며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불안과 관련한 논의에 빠져있는 부분이 보이는데,

우리의 삶은 기술로만 되는 게 아니라, 제도와 합의, 즉 사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뀌는 세상에 맞춰 그에 맞는 제도와 합의도 필요합니다.

그런 합의에 이를 때까지, 바뀌는 세상에 필요한 공부를 유연하게 할 수 있으면 불안함이 좀 덜합니다.


제목을 '창의성 책 3000권을 읽어 보았습니다'로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생각을 나누고픈 지점이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이 정도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선으로 생각을 나눌 수도 있어서입니다.


나누고 싶은 지점이 있을 때마다 글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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