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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Feb 19. 2024

창의성 첫 책으로 '오리지널스'를 꼽은 이유

창의성 책 3000권 읽고 나서, 창의성을 이야기하기 위한 시작.

창의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책을 3000여 권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제가 곱씹으며 들여다보는 책 중에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가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베스트셀러기에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이 책에 권위를 실어주는 저자의 배경 두 줄만 소개해볼게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수석 졸업,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분야 최연소 종신교수 임명'.


제가 처음에 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의 통찰력이 궁금해서 계속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 소개할 때도 이 분의 이러한 배경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심리학적 연구 방식의 베이스를 가지고 창의성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을 경영학에서 논하는지, 예술학에서 논하는지, 공학에서 논하는지에 따라 저자가 떠올리는 창의성의 개념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창의성 분야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책의 저자가 창의성을 뭐라고 정의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게 필요하더군요.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순간의 원리를 찾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살펴본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 곳곳에 대해서는 더 깊이 살펴보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건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지금은 왜 이 책을 첫 책으로 꼽았는지만 말씀드릴게요.


바로 제목 '오리지널스' 때문입니다.

영어 공부 하면서 original 단어를 처음 외울 때의 당혹감이 떠오릅니다. 두 가지 뜻이 확 와닿지 않고 오히려 반대되는 것 같았거든요.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 보니 

1. 원래(본래의) 2. 독창적인, 특이함

이렇게 나눠져 있네요.


이 책의 저자도 오리지널에 대해 두 가지 정의를 적어 놓았습니다.

1. 기원, 원천. 2. 유일한, 독특한 특성을 지닌 것 (p.22)


사전의 두 줄로는 잘 이해가지 않던 이 단어를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하며 감각적으로 익혀본 결과, original이란 단어가 두 가지 전혀 다른 맥락을 품고 있었습니다.


'원래, 고유의'라는 맥락에서는 존재적 의미를 표현합니다. 그냥 '내가 이렇다'는 거죠.

그런데 또 독특함이란 의미로 쓰일 때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남들과 다르다는 의미보다는 남들과 다르게 빼어날 때 쓰는 단어입니다. 다름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죠. 평가가 가능한 영역에서, 남들에 한참 뒤처져서 맨 뒤에 혼자 다르게 하고 있을 때, original 하다고 쓰지는 않습니다.


이 단어를 곱씹고 있는 이유는, 우리말에서 창의성을 논할 때, 사실 original을 의미할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리지널스'의 저자는 창의성(creativity)을 뭐라고 정의할까요?


창의성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 내는 일이다. p.23


그렇군요. 애덤 그랜트에게 창의성은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창의성을 논할 때 헷갈리고 모호한 이유는 고유함, 빼어난 독특함, 아이디어 발상 능력에 대해 혼용해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이질적인 것을 붙일 수 있는 능력같이, original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시도하는 방식을 창의성이라 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창의성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방법론 책에 갸웃거리거나 공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창의성에 대한 정의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공감하지 못했던 책들에서 말하는 창의성의 정의는 '난센스 아이디어 발상력'이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저 사람 참 창의적이야'라고 표현할 때, 저도 모르게 original의 의미로 쓰고 있더군요.

결과물의 수준이 빼어난 것도 있지만, 그 사람 자체의 고유함에서 묻어 나오는 경우를 두고 저는 창의적이라고 감탄합니다.

그런 순간을 발견하는 경우는 참 많은데, 간단한 예 두 가지만 들어볼게요.


최재천 교수님이 민벌레 연구를 하던 당시, 다른 연구자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연구를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요, 그런 발상이 가능했던 건 어릴 때부터 최재천 교수님이 자신의 고유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저는 '미학적 인간'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언젠가 기회 되면 풀어볼게요.)


카이스트에서 디자인을 가르치시는 나눔 디자이너 배상민 교수님의 작업 활동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적정 기술을 적용한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일 때마다, 놀랍더군요. 그리고 교수님의 저서 '나는 3D다'를 읽으며, 이런 창의적 활동이 가능한 이유도 역시 배상민 교수님의 고유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미학적 인간'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이처럼 제가 창의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신의 고유한 잠재력으로서의 original 함을, 극도로 발현시켜 original 한 결과에 이르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결과물에 있어서는 모두가 빼어난 수준의 original을 갖추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대신 내가 닿을 수 있는 최대치에 닿겠다는 점에서 제가 말하는 창의성과 original은 고유함을 최대한 발현시키며 살아가는 태도와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 과정에서 독창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들도 있을 거고, 그를 위해 아이디어 발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거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주도적으로 아직 문제라 인식되지 않은 부분을 문제로 설정하는 능력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일회성 반짝이는 아이디어, 난센스 아이디어 발상 정도로 창의성을 논하지는 않습니다. (창의성 교육과 책의 소비자로서 이런 방식에 허무했던 적이 많아서 굳이 다시 적어봅니다.)


제게는 '오리지널스'란 개념을 통해 창의성의 정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책이라, 첫 책으로 꼽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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