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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Mar 27. 2024

창의성의 시작,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용 책 추천

feat. 베티 에드워즈,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용 책을 추천한다고 했으니,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베티 에드워즈의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란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제 저는 이 책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은 층위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의미를 갖습니다.

현실 문제의 경우, 문제 앞에 미리 갖고 있던 선입견으로 주어진 정보에서 과도한 해석을 더해 왜곡된 결론을 이끌면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또는 문제 앞에 나의 감정들이 끼어들면서,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기도 합니다. 실제 문제보다 복잡하고 어렵게 여기면서, 훨씬 더 큰 문제로 여기기도 하고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왜곡된 통찰 때문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는 인간관계에 대한 왜곡을 알고 싶으면 에니어그램 이론을 공부해 보라고 권해드립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는데 에니어그램은 자신이 쓰고 있는 불안의 안경이 어떻게 세상을 왜곡시키는지를 공부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이제 좀 더 물리적 감각 이야기로 내려와 볼게요.

우리가 어릴 때는 누구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느낍니다.

그때 살아있는 오감과 직관이 저는 창의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오감과 직관이 세상의 정보들을 더 받아들이면서, 개인적으로 내면에서 창의적 연금술 작용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창의성 분야에 관심을 갖고 3000여 권이 넘는 책을 보면서,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 주장, 창의성 개발을 도와주려는 프로그램, 학술적 접근 등을 살펴보았지만, 결국 '이 사람이 '그 순간'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런 결과물로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궁극적 답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도 왜 그런 생각이 그 순간 떠올랐는지를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요.


책이나 학술적으로 정리하려면, 불가피하게 앞선 창의적 사례들을 차후에 분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의 이야기는 할 수 없고, 그저 '이러이러한 조건과 상황이 있을 때, 이런 경향이 있다'는 분석 정도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창의적 아이디어는 개인의 고유한 경험에서 각자 다르게 튀어나오는데, 책 혹은 학술적 접근으로 일반론으로 풀어쓰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경향성까지는 이끌어내어 분석한다 한들, 결국 '내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답이 나오는지에 대한 답은 될 수 없으니까요.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창의적 직관을 살리며, 창의적 체질을 길러놓는 수밖에 없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창의적 직관은 어릴 때 누구나 갖고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능력이 우리가 근대적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쇠퇴하거나 끊어집니다.


평소에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린 시절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걸 내가 어릴 땐 어떻게 했지?' 싶은 능력들이 있을 겁니다.

저절로 흥얼거리면서, 작곡 비슷한 걸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끊임없이 지어내어 동화 비슷한 걸 쓰기도 하고,

뭐든 그려지는 것만 손에 들리면 (연필, 크레용, 매직, 엄마 립스틱...), 내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쓱쓱 그려냈습니다. 나의 그림을 해석 못하는 건, 어른들의 문제일 뿐이죠.


레고나 큐브 같은 것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손으로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면서 내 마음대로 놀 수 있고,

특별한 장난감이 없어도 눈앞에 보이는 것들로 하루종일 노는 법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돌멩이, 풀, 이불, 꽃, 바람, 물 등등...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나요?

수많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지식이 늘고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 내가 갖고 있었던 능력은 대부분 잃어버렸을 겁니다.


꿈에서 생생하던 순간이 잠에서 깰 때 찰나에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창의적 직관도 어떤 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아마, 그때 우리는 학교에서 받아쓰기하고, 수학 문제 풀고, 시험 준비 하느라 그 순간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요.




이후 제가 3000권이 넘는 책과 논문을 찾아보면서, 계속해서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끊어진 우리의 창의적 혹은 창조적 직관을 되살릴 수 있을까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창조적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때가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의 몫으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하니까요. 


가장 좋은 건 어릴 때부터 창조적 직관을 유지한 채 교육을 받으며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창조적 직관이 끊어진 어른들의 경우, (그리고 지식 위주의 교육을 접하며 현재 창조적 직관이 끊어진 학생들의 경우) 다시 되살리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오감을 깨우는 경험과, 몰입이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 방법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주로 활용하는 것은 예술과 명상입니다.

심지어 60대 이후에 태극권을 시작한 분들도 오감을 깨우는 경험과 몰입을 통해 창조적 원형 에너지가 깨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오감을 깨우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이제 다시 이 글의 시작으로 돌아가서,

저는 베티 에드워즈의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책을 창조적 직관을 되살리기 위한 첫걸음으로 활용했습니다.  혼자 읽는 것도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저는 예술교육 전문가와 함께 스터디를 하며 실습도 해보았습니다. 책에서 보여준 샘플들을 참고해 제가 원하는 다른 이미지들을 찾아, 거꾸로 뒤집어놓고 이성의 방해 없이 오직 보이는 감각 그대로 그려보았습니다.


제가 오른쪽 두뇌로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것은, 일종의 명상 효과였습니다. 감각에 오롯이 몰입하는 효과가 있더군요. 그리고 뒤집어서 그림이 완성된 걸 확인하는 소소한 기쁨도 있었습니다. 이성이 방해할 때는 과연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내 생각보다 멋진 결과물이 나오더군요. 감각을 깨우는 작은 성공 체험이 더해진 겁니다.


내가 일상에서 창의성을 적용해야 하는 과제들만 보자면, 보이는 대로 선 긋고 그림 하나 그릴 줄 아는 게 당장의 내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책 보고 그림 하나 그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창조적 직관이 끊어져있다는 점에 움츠러들어 있을 때라, 의식적으로 감각을 깨우는 첫걸음에 아주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창의적 체질로 살아가고 있는 첫걸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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