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스티아 Apr 12. 2024

명상 덕분에 현대최면 자격증 한 번에 따며 느낀 점

조 비테일은 미국의 유명한 마케터이자, 국내에는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원제 Zerolimits)'이란 책으로 호오포노포노를 소개한 걸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 분의 책 '꽂히는 글쓰기'는 2007년 즈음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당시에는 해외 마케터들의 저서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읽혀서 그런지 한동안 절판이 되었습니다. 요즘 다시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핫해져서인지, 최근에 다른 출판사에서 복간이 되어 반갑더군요.


복간된 책 '꽂히는 글쓰기'의 원제가 Hypnotic Writing인 만큼, 이 분은 원래 최면적 지식을 마케팅에 활용하여 큰 성과를 낸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다른 책 '머니 시크릿'에서 서문에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진심으로 나는 이 책을 출판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껏 열일곱 권의 책을 펴냈지만, 모두 미국마케팅협회나 미국경영자협회 같이 잘 알려진 보수 단체를 위해서였다. 내가 정신영역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그들은 나를 비웃을 것이다. 고객들도 나를 외면할 테고 앞에 언급한 큰 단체들도 나를 기필할 게 뻔했다. 원고를 다 써놓고도 한동안 비밀에 부쳤다. 
                                                                     머니시크릿,  조 비테일, Human & Books, p9.


'최면'에 대한 저의 입장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일상에 무의식의 힘을 활용하는 최면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최면이란 단어가 워낙 다양한 맥락에서 통일되지 않고 쓰이고 있기에,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나의 내면 에너지의 온전한 통합을 목표로 살고 있기 때문에, 내 삶에서 내 의지 밖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의 가장 근본적 해결도 나의 내면에너지를 통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명상이나 융 심리학, 무의식 정화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내면 에너지는 찰나의 순간마다 다르고, 일상의 매 순간마다 내면 에너지를 모아 깊고 고요히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현실에서 내가 풀어야 할 문제들 앞에서, 그 문제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연히 집중하기 어렵고, 그만큼 에너지는 분산됩니다. 그럴 때는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테고, 그때 최면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현대최면마스터스쿨에서 고급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최면 협회인 ABH 국제인증 자격과 KMH 현대최면 마스터 최면테라피스트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제가 이 협회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알아본 협회 중에서 가장 넓고 깊게 최면을 다루는 곳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곳의 두 원장님들이 세계 각지의 여러 협회의 인증 권한을 이수해 오셔서, 최면에 대한 관점이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 협회의 관점만 알면, 자신이 생각하는 관점에만 함몰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곳 원장님들도 최면뿐만 아니라, 무의식에 접근하는 여러 도구들을 활용하도록 수련을 하시기 때문에 최면 역시 여러 도구 중 하나로 필요에 따라 쓸 수 있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갔습니다.


최면에 대해 배우거나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면을 활용해서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성공에 도움을 받았다는 말들을 들으면 혹하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무한한 가능성' '의식을 여는 마스터키' 등의 표현들을 보면,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최면의 부작용 같은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최면 마스터 프랙티셔너 과정을 이수하면서 제가 느낀 최면은, 지난번에 '내면아이'를 구분하면서 설명드린 얕은 무의식 정도에 작용하는 도구였습니다.



각 층위에서 옆으로 펼쳐질 수 있는 세상은 무한하기 때문에, 최면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말도 이해는 됩니다. 다만 더 깊은 층위에서 펼쳐질 수 있는 경험은 알지 못할 뿐이지요.


그래도 우리 삶의 매 순간에 작용하는 얕은 무의식 차원의 기억을 다뤄야 할 때, 또는 깊은 무의식까지 닿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잘 닿기 어려운 경우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은 듭니다.




제가 공부한 현대 최면에서는 최면에 '걸린다'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밖에서 인위적으로 나의 의지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현대 최면 상담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내담자와 프랙티셔너 사이에 무의식 사이의 공명이 있어야 합니다. 즉, 프랙티셔너가 100% 외부에서 자신의 의지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얕은) 무의식에 닿고자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자발성이 없는 경우, 최면 상담은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최면으로 저 사람을 올바르게 바꿀 수 없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최면 상담을 알아보는 경우들도 종종 있는데, 안타깝지만 현대 최면에 그런 효과는 없습니다.) 


대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 얕은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일들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주어 원래 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제한할 때 최면은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봅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코끼리 인형 빙봉 캐릭터가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사라지는 곳. 이곳이 얕은 무의식을 표현한 거라 봅니다. 여기에 파묻혀있거나 가라앉아 있는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의 일상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을 다룰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무의식에 가라앉은 기억 이상의 이유 때문이라는 것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무의식의 기억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무의식 도구들을 많이 갖추려 하고요.




한편, 현대 최면 프랙티셔너로 실제 세션을 진행할 수 있으려면,  프랙티셔너 또한 그 순간에 내담자와 공명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로는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적인 심리 상담이나 정신건강과 전문의 분들 중에도,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와 공명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춘 분들이 있습니다. 전문적 지식은 트레이닝을 받아 다른 분들도 비슷하게 갖출 수 있지만, 이런 재능이 있는 분들께 상담을 받으면 아무래도 끌어낼 수 있는 질문과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효과가 다르겠지요.


현대 최면은 애초에 가라앉아있는 내담자의 기억을 의식의 차원에서 끄집어 올려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내담자와 공명할 수 있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에고 차원의 의식이 너무 활발하면 그게 어렵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이완 훈련을 많이 시키는데, 명상을 오래 수련한 관점에서 보면 의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무의식에 몰입하는 효과와 비슷하더군요. 그래서 평소에 깊은 몰입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 과정을 이수하면서 한 번에 내담자의 가라앉아있던 기억을 끌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마스터 과정 이수 기간 안에 그만큼 몰입을 달성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협회에서 제공하는 무제한 재수강 기회를 활용하여 자신이 세션을 진행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훈련을 더 할 수는 있습니다.




현대 최면에서 무의식의 기억을 다루는 것은 자고 일어날 때 꿈을 다루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 생생하다가, 의식이 활성화되면 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과 비슷해서 무의식에 가라앉아있는 기억을 끄집어 올리는 것은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럽습니다. 자칫하면 금방 가라앉아버리니까요. 다만 꿈과 다른 점은, 여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나의 기억을 다루는 것이기에,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면에 대한 흔한 오해와는 달리, '최면 세계'(그런 것이 있다면)에 들어가서 색다른 경험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무의식의 어떤 활동이니까 명상이든 최면이든, 평소와 다른 감각의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대 최면에서 의도하는 것은 그런 체험은 아닙니다.)


저 역시 현대 최면을 공부하기 전에는 뭔가 색다른 경험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평소와 똑같은데 그때 내가 경험했던 일을 겪을 때의 감각만 되살아나오는 게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마스터 과정 학습 중에 일부러 특정 기억을 떠올려낸 거라 평소에 별로 의식하지 않던 문제여서, 제게 일상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던 이슈였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제가 하는 무의식 정화나 내면 에너지 통합 명상에 신경을 더 썼는데, 그래도 얕은 차원의 무의식에 찌꺼기에 남아 있던 기억들을 현대 최면을 통해 다시 떠올려서 지울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나의 일상은 겹겹이 쌓여있고, 층층이 다른 무의식의 작용들이 매 순간 펼쳐지니까 가급적 많은 무의식 도구들을 활용할 줄 알면 역시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최면 세션을 직접 받으려면 비용 부담도 있으니, 얕은 무의식의 기억이 일상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한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별히 그런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면, 개인이 가장 부담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의식 정화 (미용고사, 아이스블루, 주인공 등을 계속 말하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의식 정화를 부동산 거래에 적용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