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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Jun 11. 2024

에니어그램 8번에 대한 오해와 무의식 정화

에니어그램 8번은 에니어그램 9가지 유형 중에 악동 소리를 듣는다. 건강하게 통합된 8번은 타고난 리더의 자질을 갖고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에너지 레벨의 8번은 단점이 가장 눈에 쉽게 띄는 유형이다. (장점과 단점이 모 아니면 도인가?)


8번이 갖고있는 힘에 대한 타고난 집착이 다른 유형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유난히 8번의 경우 8번을 가까이서 깊게 분석하기보다는 표면적 행동 양식을 토대로 이 유형을 분석한 것들이 많다. 이런 접근이 8번에 대한 오해뿐만 아니라, 에니어그램이란 도구를 오해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내가 에니어그램을 다른 도구보다 유용하게 활용하는 이유는 각 유형이 갖고 있는 근본 불안과 무의식적 고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인데, 표면적 행동으로 유형을 분석한 것은 에니어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다.


한편, 에니어그램이란 도구를 삶의 전체에 확장해서 적용하려는 시도 역시 이 도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에니어그램 책이나 전문가들의 해석들이 서로 상충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게 꼭 에니어그램 유형으로 해석될 문제인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을 근본 불안에 한정하여 활용할 때, 오해의 소지도 줄이고 의미있게 활용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8번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봤다.


8번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8번 유형을 "자신감 넘치고 두려움이 없고 리더 역할을 즐기고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자 하며, 싸움과 경쟁을 즐긴다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 정의에는 8번이 갖고 있는 근본 불안과 고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8번은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힘이 없으면 자신의 영역을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올 것이라는 왜곡된 고착을 갖고 있다. 세상을 전쟁터로 보아, 끊임없이 자아의 경계선상에서 적의 여부를 확인하는 왜곡된 고착을 갖고 있다. 8번이 힘에 집착하는 것은 나약하면 자신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두려움 때문이다.


8번의 생존본능 하위유형에 따라, 집단에서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생존본능 하위유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동물적 본능처럼 활용하는 생존 전략이다. 어떤 유형이든 상대적으로 자기 자신의 안녕에 집중하기도 하고, 친밀한 소규모 그룹에서 지지를 찾기도 하고, 집단의 그물망 속에 속함으로써 생존 전략을 높이기도 한다. 8번도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이 자기에게 안전한지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탐색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보통 본능적으로 이루어진다. 8번이 탐색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을 따져보면서 조금씩 자신의 경계를 확장한다. 그 기간동안은 사회적 본능이 우세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리더를 자처하지도 않고 8번 역시 두려움을 갖고 있다.


8번이 자신에게 안전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본능적 경계 탐색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 공간 안의 일이 눈에 잘 들어오며,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면 나서서 돕기도 한다. 8번의 통합 유형이 2번인데, 2번이 도움을 내미는 것과 8번이 도움을 내미는 것은 본능적 욕구가 다르다. 2번은 도움을 주며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추구하는데, 8번은 힘의 논리를 본능적으로 따른다. 건강한 8번은 강한 자(도울 능력이 있는 상황)가 약한 자(도움이 필요한 상황)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8번이 싸움과 경쟁을 즐긴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과 뒤집어졌다. 8번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받지 않으려고 힘을 기르고,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싸움과 경쟁을 마다않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한다. 경쟁 순간에 비슷하게 보이는 3번과도 근본 욕구가 다르다. 3번은 성공과 성취에 따른 '다른 사람의 인정'이 중요하다. 8번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경쟁을 무릅쓴다.


건강하지 않은 8번이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사실 8번의 근본 욕구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서, 그 상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는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이럴 때 8번은 분열방향인 5번의 모습을 띠기도 하는데, 이 때도 표면적 행동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 욕구는 다르다. 5번은 세상에서 쓸모없고 무능한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정보를 모은다. 지식의 전문성이 안전감을 주는 것이다. 5번이 갖고 있는 왜곡도 5번이 지식의 세계로 침잠하게 한다. 즉, 5번은 자신의 에너지가 세상에 뛰어들기에 충분치 않다고 여겨, 에너지를 아끼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누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기도 한다. 즉 왜곡된 고착에서 이런 표면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5번이나, 사회적 생존 본능이 발달한 5번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난 사색의 공간에서 지식을 모으는데 집착한다. 


이처럼 표면적 행동만으로 유형을 나누는 것은 부정확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그렇게 나눈 유형이 삶에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주지도 않고, 인생에 건설적, 긍정적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8번 유형이라면, 세상이 전쟁터라는 왜곡된 안경부터 벗는게 필요하다.

8번의 내면은 민달팽이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8번이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에서 왜곡된 고착을 걷어내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보인다. 평상시에는 민달팽이같은 자신의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둘러싸도 위악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건강하지 않은 8번들은 자신들의 단점을 알고, 다른 유형들이 비난하는 것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기도 한다. 그래서 에니어그램 유형 중 악동이란 별명도 얻었다.


본능적 무의식의 불안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매 순간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불안도 근본적으로 녹여내어 내 안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단지 에니어그램 유형을 아는 것보다, 무의식 정화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곡된 고착으로 오는 불안은 매 시간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세상은 전쟁터가 아닙니다. 안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된다. 내면에서부터 안전함과 고요함을 느껴야 왜곡된 안경을 벗을 수 있다. 


무의식 정화에 대해서는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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