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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권 10년 차, 어느 날 생각난 태극권 효과

by 헤스티아

가족들과 함께 태극권을 한지 이제 10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매일 하고 있으면 그런 걸 잘 못 느끼기도 한다.


태극권을 시작한 지 1,2년 차에는 굉장히 열심히 했었다. 그때는 요가 수련도 병행하고 있어서,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를 태극권, 요가, 명상 수련에 썼다. 그래서 잔잔한 몸의 변화들을 자주 인식했고, 그때마다 관장님께 물어보며 진도가 나갔던 것 같다. 사실 태극권 시작한 첫날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가만히 있는데 일주일에 한 진도씩 누적해서 나가다 보니, 2년 정도 후에는 그동안 배운 진도들로만 꼬박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자율학습이 가능하니까, 뭔가를 배우고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런데 기수련으로서, 양생의 도구로서, 움직이는 명상으로서 태극권을 통해 깊은 내면의 변화가 있었던 건 4년 꼬박 채우고 5년째가 될 때다. 그때의 변화는 사실 내가 스스로 알았다기보다는, 관장님이 일러주어 알게 된 것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육체의 눈귀입과 내면의 눈귀입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눈은 어느 정도 하나가 된 것을 나 스스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귀, 입은 아직이다. 지금 수련을 하는 과정은 그것을 나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어떤 반응이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내 마음 같아선, '9년이나 했으니, 좀 나오면 좋으련만...'인데, 이번 생에 이루기만 해도 엄청난 수준의 단계이기 때문에 그저 매일 하고 있을 뿐이다.




움직이는 명상으로 태극권을 대함에, 관장님은 내면의 공부와 기술적인 차원을 구분하기도 한다. 기술은 내면의 명상 진척과 별개로 따로 의식적으로 훈련을 해야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즉, 명상 진척이 높다고 저절로 되지는 않고, 따로 훈련해야 한다. 반대로 이런 기술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연마가 되지만, 그런 능력을 갖췄다고 명상 수준의 높다고 꼭 보장할 수 없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관장님 표현으로는 '뼈를 볼 수 있는 능력'인데, 내 손을 보고 있으면 x 레이처럼 뼈가 하얗게 보이는 투시 능력 비슷한 거다. 그런데 x 레이와 달리, 훨씬 고도의 에너지가 쌓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제대로 에너지가 모였을 때는 LED 불보다 훨씬 밝게 보인다.


이 기술적 능력을 갖추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 관장님 제자 중에 15년을 열심히 태극권 수련한 분, 그리고 (현재 내가 아는 제자 중에는) 나만 볼 수 있다.


이런 걸 왜 하냐면, 진짜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언젠가 갖추기 위해서다. 아직 육안으로 보이는 부분 (손이라든지, 내가 보고 있는 부위)만 가능하지만, 나중엔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의 진척에 대해선 이제 잘 못 느끼고 그냥 무심으로 태극권을 하러 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태극권을 매일 함께 하고 있던 모친의 변화 하나를 눈치채었다. 앞서 이야기한 내면의 진척들보다 훨씬 일상생활에 구체적으로 다가올만한 태극권 효과다.


나의 모친은 항상 내 생일 전후 일주일 기간에 몸이 아팠다. 죄송하고 감사하게도, 나를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후유증으로, 일종의 산후풍(?) 비슷한 증상이었다. 바쁠 때 날짜를 잊고 살다가도, 모친이 아프면 내 생일이 곧 있구나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없어졌다. 벌써 몇 년째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산 것을 보니, 이미 태극권을 하며 그런 증상이 없어진 지 오래된 것 같다.


태극권 이전에 하던 다른 기수련을 할 때, 그리고 태극권 수련을 하던 초창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나았지만, 아주 어릴 때 아팠던 부분이 다시 아픈 경험을 하기도 한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기억을 불러오면서 그와 관련된 내면의 무의식 기억들을 정화할 계기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몇 년 동안은 그런 반응들에 신기해하고, 또 수련하면서 그런 곳이 다시 좋아지는 것을 바라보며 신기해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니 그런 반응들은 다 넘어가서 그저 무심으로 수련을 하던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내가 태어난 이후부터 평생토록 모친을 따라다닌 산후풍(?) 같은 증상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을 오랜만에 깨달았다.


또한 부모님이 태극권을 시작한 후, 삶을 훨씬 젊고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변화들도 보이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다른 글에서 말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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