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메이젤 #글쓰기의태도 #습관의글쓰기 #16
'글쓰기 휴가' (writing retreat)
가끔은 글쓰기 휴가를 가라! 파리도 좋고 런던도, 하와이의 블랙 비치도, 산속의 오두막도, 중소도시의 펜션도 좋다. 찬란한 버스 기사의 휴일을 즐겨라.
오로지 글쓰기만을 위한 휴가라니!
지난달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오면서 서너 군데 책방을 들렀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풍요로워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느라 온전히 책과 서점을 집중해서 빠져들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황홀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로지 글쓰기만을 위한 휴가라니! 글쓰기휴가! 정말 꿈만 같다!
어제는 완벽하게 나의 둘째 꼬붕역할을 해냈다.
전날, 아이는 하교 후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고 피아노 학원은 엄마와 함께 다녀오고 싶다 했다.
형이랑 바사칸 (동네 인기 최고의 분식집)에서 사장이 최근에 내놓은 신메뉴 감자튀김을 먹고 싶다 했다.
오후 2시, 첫째의 하교를 시작으로 나의 꼬붕 역할은 시작되었다.
함께 바사칸에 앉아 간식을 주문하고 둘째를 데리고 후가 주문, 원하는 메뉴를 먹이고 피아노 학원에 함께 다녀온 후, 집에 와서 두 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몇 바퀴 도는 동안 난 함덕이 (반려견) 산책을 시키고 마지막으로 달리기 시합을 하자하여 놀이터 가장자리를 전속력으로 두 바퀴 달렸다. 정말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날.
어제 금요일에는 '나'없이 오직 '엄마'로만 지냈기에 더욱 '글쓰기 휴가'라는 것이 꿈처럼 다가온다.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이가 그렇듯 나의 일정을 빼곡히 나로 채울 수 없다. 그럼에도 하루 중 일부를 떼어 글을 쓰는 일에 내어줄 수 있어 기쁘다. 글을 쓰면서는 평소에는 잘하지 않는 행동,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에 가만히 머물러보게 되는데 글을 쓰면서 가만히 들리는 창밖의 소리에 특히나 마음이 기운다.
요즘에는 단지 안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내가 듣는 모든 소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게 여겨지는 소리다.
글을 쓰는 일은 내 생각이나 마음을 정돈하게 할 뿐 아니라 나와 세상을 고요하게도 만들고,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게도 만든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들을 글을 쓰는 순간에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나저나 꿈만 같은 글쓰기 휴가는 언제쯤 가능해질까.
읽는 휴가 (reading retreat)도 너무 근사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