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태도 #에릭메이젤 #습관의글쓰기 #17
글쓰기는 해석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아무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늘 행복하고 소소한 이야기만 하고 싶어서 순진한 척 연기할 수도 있다.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라. 그럴 때조차 당신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중립적글쓰기란 없다
정직하지 않아서일까, 대담하지 않아서일까.
언제부터인지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
나는 알고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내 얼굴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을 때에는) 무척이나 '할 말이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많은 성인이 그렇듯 감정을 표현하고, 질문하고, "왜?"를 묻는 것을 꺼려하는 이 나라, 우리 세대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여기고 싶다.
화가 나면 유난히 이성적인 인간이 되어버리는 나는, F가 아니라는 주변인들의 평가에도 언제나 F의 결과를 얻는다. 특히 남편은 부부싸움을 할 때면 F중의 F가 되고 나는 대문자 T, 완전 쌉 T의 모습이 된다. 하고자 하는 '그 말'을 하려면 T가 되는 것이 조금은 더 유리하다.
어쨌든 감정과 생각을 말이나 글로 나타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상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누군가에게도 '적당히' 말할 자신이 없어진다.
글을 쓰는 지금은 좀 예외적인데, 글은 어떤 면에서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쏟아내고 털어내는 공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리라. 어떤 이에게도 하고자 하는 말을 하기 어려운 나는 요즘 이 종이 위에서, 하얀 화면 위에서 가장 정직하고 자유로운 중이다.
더 정직하게 나를 살피고, 더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기도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 나의 할 말을 더 적어낼 수 있겠지. 나의 해석도, 나의 의도도 적절하고도 밀도 있게 적어 내려 갈 수 있겠지.
정직하게 말하는 글, 거짓 없이 적어 내려 가는 글. 나만의 해석을 편안하게 적을 수 있는 글을 점점 쓰게 되겠지. 지금은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그런 때도 곧 올 거라고 나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