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메이젤 #글쓰기의태도 #습관의글쓰기 #15
배경은 작가의 의도를 품고 있기에 인물, 줄거리, 주제만큼 중요하다.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글의 배경은 그저 어떤 장소에 대한 포괄적이고 단순한 묘사가 아니다.
... 배경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의하는 장소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개념의 일부다.
책과 글의 이런 점이 참 좋다. 단박에, 한눈에 모두 포착되거나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들여다볼 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제껏 인물이 겪는 심정의 변화와 사건의 무게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글을 읽었다면, 이제는 배경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설명된 배경 관련 문장을 천천히 음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의도가 곳곳에 담겨 하나의 세계를 글 속에 완성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치 우리 집 두 아들이 주말마다 환장하는 "마인크래프드"가 떠오른다.
마치 창조자가 된 것처럼 두 아이들은 완전히 몰입해서 자신들의 세계를 게임 속에 만든다. 평일 동안 내내 게임이 허락되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게임이 허락되는 주말에 몰입 100프로의 집중력으로 집을 만들기도 하고, 돼지나 양을 키우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처럼 흥분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책 속에 펼쳐지는 배경이 그처럼 흥분으로만 가득하진 않겠지만 직접 언급되지 않은 작가의 의도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배경이 단순히 어떤 장소에 대한 포괄적인 묘사가 아니라니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의하는 장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개념의 일부.
문득 나도 내 생활공간, 나의 배경 곳곳에 내 의도를 담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조기가 모두 돌아갔지만 꺼내지 않고 잠시 '보관'해 두면 나의 오늘 하루의 피로감을 적당히 보여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으려나?
남편은 이런 나의 의도를 알아챌까? 하하하.
나의 의도로 삶의 곳곳을 채워본다는 것이 불쑥 흥미롭게 다가온다.
내일 아침이 기대감으로 눈이 떠지겠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