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월 moon Jun 06. 2024

Be nice & 나의 말들

#습관의글쓰기 #일기편 #두통주의



긴 하루였다.

어제 남편은 회식을 하고 평소보다 늦게 귀가했다.

바깥음식을 많이 먹는가 싶었는데 오늘 기어이 탈이 났다. 탈이 나면 꼬박 하루는 침대에 누워서 앓는다. 두끼는 아무것도 못먹고 속을 비워내고 조금 나아졌을 때 죽과 따뜻한 물로 속을 달래야 한다.

남편은 바깥 음식에 예민하다.

올해 들어서는 회사 밥도 종종 탈이 나길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7:30~4:30)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덕분에 식사준비는 중요한 나의 일과다. (아오)

이번주 작가님이 주신 성자프로젝트를 생각하며 아침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편은 오늘 종일 침대에서 앓아야 할 것 같고, 난 그 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테니 오늘을 두 아들들과 잘 보내봐야 한다는 각오로.

근처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고 서점도 구경하고 고디바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였건만, 이 놈들의 반복되는 다툼에 나는 폭발했다. 집에 오는 길에 급 방향을 돌려 화원을 가다가 아이들 다툼을 중재하다가 방향을 잘못 든거다. 한참을 돌고 돌면서 아이들에게 내내 화를 냈고 성자프로젝트는 물건너 갔구나 싶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면서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입을 닫고 싶었지만 삐져나오는 화를 막을 수가 없는 꼴이었달까. 그와중에 나는 남편을 위해 야채죽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닭다리살을 간장에 조리면서 남편의 상태를 체크하고 화원에서 사온 화분을 안방베란다로 옮겼다.

다행히 저녁이 맛있게 되어서 화는 좀 누그러졌다. 죽을 한냄비 가득 끓여서 서둘러 한 그릇 담아 옆집에 가져다줬다. (옆집은 올해 이사왔는데 우리 큰 아이랑 동갑인 아이가 있다. 이미 인사를 나누었다며 큰 아이가 전하는 말은 아무래도 엄마가 안계신 것 같단다. 그말을 들은 후로 내내 마음이 쓰였던 중이었다.) 그래, 이걸로 성자프로젝트는 숟가락이라도 얹자.


오늘 나의 말은 ‘그만해’ ‘얘들아’ ‘야’

열번은 한 것 같다.

평소에 자주하는 말은 ‘천천히 읽자’ ‘좋은데!’

내가 자주하는 말이 의외로 생각이 잘 안난다.

나의 말을 살펴봐야겠다.


안방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기분 좋게 느끼면서 빡빡했던 하루 일기 끝.


이전 16화 존재 드러내기와 숨기기의 경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