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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래 Dec 31. 2020

2020년,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몇 잔이나 마셨을까?

내 멋대로 2020년 카페 결산

  


한동안 ‘스타벅스 안 가기’ 운동을 했었다. 나만 아는, 나만 한 캠페인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거나 일일 카페인 섭취량을 제한하겠다는 등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스타벅스를 너무 자주 가는 것 같아 돈을 아끼려고 그랬다. 스타벅스 말고도 골목 구석구석 개인 카페가 포진해있고 무슨무슨 대회에서 우승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콩까지 볶는 커피 맛집이 전국 곳곳에 퍼져있으니 최대한 다양한 커피 맛과 카페인 양을 섭취하고자 스타벅스를 한동안 안 갔다.


2020년 6월, 스타벅스를 끊었고 7월, 다시 복귀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쉽게 눈에 띄고 12잔 마시면 공짜 쿠폰도 나오고 골드 회원에게 시럽이나 샷 추가를 무료로 제공하는 혜택을 포기하기에 나는 스타벅스를 무한 애정 했다. 매 년 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획득’하는 걸로 새해를 맞이하는 나름의 전통도 지켜야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가 시작되었고 단 음료를 마시지 않는 나는 동생과 친구들에게 대신 토피넛 라테를 마셔달라고 별 스티커를 구걸했다.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서 출근 도장을 찍은 결과 다이어리는 아주 쉽게 내 손에 안착했다. 그것도 두 권이나. 그러다 문득 나는 2020년 스타벅스를 몇 번이나 갔을까 궁금해졌다.      

고객 편의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어 해외 스타벅스로 역수입하는 IT강국 대한민국답게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최근 5년 동안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나의 커피 소비 패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총 114잔, 계 467,400원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나는 스타벅스 카드로 114잔의 커피를 결제했다. (틀림없이 그 이상을 마셨을 것이다) 아메리카노 tall 사이즈만 114잔 주문한 금액으로 계산하면 5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나온다. 백 단위가 넘어가 많이 마신 것 같지만 1년 동안 500만 원 이상 충전해 놓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이 마신 건 아니다. 대신 틈틈이 동네 카페를 탐방했다. 500만 원어치 마신 사람을 이기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다고 소문난 동네 카페를 엄청 찾아다녔다.

     

커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커피홀릭으로서, 하루 평균 3잔 이상의 커피를 들이붓는 커피 중독자로서 2020 카페 결산은 필수다. 출근할 때, 평일 연차쓰고, 주말 아침, 여행할 때면 더욱 필사적으로 카페를 찾아다녔고 제대로 알고 더 맛있게 마셔보자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2020년 잘한 일 중 하나다. 다가올 2021년에는 동네 카페도 스타벅스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올 한 해 소문 듣고 찾아가 맛에 반해 꾸준히 단골 도장 찍은 2020 최고의 커피를 소개한다.


오츠 에스프레소 (oats expresso)


서울특별시 마포구 6호선 상수역에 아인슈페너 맛집으로 유명한 <오츠 에스프레소>가 있다. 기본적으로 우유를 잘 쓰는 건지 우유가 들어간 모든 메뉴가 평균 이상이다. 고소한 라테는 배고플 때 산미 가득한 아메리카노는 이른 오전에 달달한 아인슈페너는 스트레스 가득할 때 제격이다.


상수로 출근하며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아침은 오츠에 들러 신맛 가득한 오츠커피와 퍽퍽한 영국식 스콘을 소중하게 품고 회사로 향할 때였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가장 기본인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로 시작해보길 권하고 싶다. 특히 베리류의 신맛 가득한 아메리카노는 한 잔으로 부족해 두 잔씩 시켜 마시고 싶을 정도다.





리사르커피 (Leesar coffee)  


오전 7시 30분. 6호선 약수역은 지옥이었다. 그렇게 붐비는 지옥철은 오랜만이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겠다고 출근하기도 전에 카페를 찾아오다니 나도 내 동료도 평범하지는 않다.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는데 오후 3시까지 밖에 영업을 안 해요. 게다가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도 있대요!'
'그럼 다음 주 화요일에 가볼까요? 어차피 10시 출근하면 될 것 같아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리사르커피>는 약수 재래시장 입구 근처에 숨어있다. 에스프레소만 팔아서 유명하고 한 잔에 1,500원 밖에 안 해서 더 유명하다. 너무 써서 에스프레소는 입술 근처에도 못 대었다는 나의 동료가 연거푸 3잔을 마셨으니 말 다했다. 모두가 ㄴ자 스탠딩 바에 서서 2-3잔 기본으로 마시고 쿨하게 떠난다. 정통 이탈리아식 스탠딩 커피다.

리사르에 다녀오면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는 기쁨과 새벽부터 빠르게 움직였다는 뿌듯함이 더해져 하루가 행복해진다.





베이커리 몽 (Bakery Mont)


<베이커리 몽> 이야말로 진짜 동네 커피다. 우리 동네에 있거든. 하지만 생긴 지 반년이 넘도록 정체조차 몰랐을 정도로 위치가 애매하다. 뭐, 동네 카페의 매력이다. 엄연히 말하면 빵집에 가깝지만 커피도 맛있다. 나는 아메리카노만 동생은 주로 아인슈페너를 시킨다. 둘 다 맛있다. 빵이 월등히 맛있어 커피가 묻히는 경향이라 아쉬울 지경이다. 빵이 얼마나 맛있냐면 인기가 많아 금방 동이 나는 생크림 스콘을 사수하겠다고 주말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갈 정도다.


커피에 스콘이나 크루아상을 곁들이면 이 동네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사라진다.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아.





봉봉 방앗간 (bongbong coffee)   


강릉시 명주동에는 적산가옥이 모여있는 특이한 동네가 있다. 한옥과 달라 더 호기심을 자아내는 적산가옥이 카페로 변모했고 <봉봉 방앗간>은 명주동 카페거리를 지키는 터줏대감이 되었다.

<봉봉 방앗간>은 핸드드립만 판다. 사장님이 핸드드립으로 내리는 모든 커피를 시음한다니 커피를 향한 사랑을 알만하다. 핸드드립인 만큼 기계로 내린 아메리카노보다 비싸고 양은 적다. 하지만 확실히 다르다.


종종 핸드드립이 특별히 뭐가 다른 맛인지 모르고 마실 때가 있는데 이 곳은 원두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역시 내리는 바리스타의 역량이 중요하다.





듁스커피 쇼륨 (Dukes Coffee Roasters)


상수와 합정 사이. 주택가 어린이집 옆 아주 작은 <듁스커피 쇼룸>이 있다. 일단, 카페나 00점이라고 부르지 않고 '쇼룸'이라 이름 붙인 것부터가 특이하다. 호주 브랜드인 듁스커피를 한국에 들여와 원두와 제품을 소개하는 성격을 짙게 띠기 때문에 쇼룸이라 부른단다.


원두 종류가 다양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처음이라 헷갈리고 어색하더라도 바리스타가 친절하게 원두의 맛과 향을 설명해주며 취향에 따라 라테라면 이 원두를 처음이라 부담스럽다면 저 원두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주말 오전 정오가 넘어야 문을 여는 상수동 카페들 앞에서 절망하다가 찾아낸 <듁스커피>는 주말에 상수 근처를 갈 때마다 찾는 나만의 오아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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