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ventureun Jul 25. 2021

부모를 떠나

어린시절 우리 네 가족이 휴가를 보냈던 파도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꽤 많은 피서객이 있던 것 동네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민박집들은 텅텅 비어있고 한적해졌다. 

초등학교 시절 낚시를 하러 간 아빠를 찾으러 굴이 잔뜩 박힌 바위를 다니다가 넘어져서 까진 무릎을 

몇달 동안 치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사건때문에 꽤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린날 가족과의 여행.


언니는 항상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는데,

언제부턴가 어쩌면 언니가 나의 옆에 계속 있을 수 없다는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다.

주말마다 나와 함께 예능을 보고, 맛잇는걸 시켜먹고, 쇼핑을 다니던 언니가 돌아갈 자기 집이 있다고 늦은 저녁 우리 집을 떠날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하나님은 우리 가족의 형태를 이렇게 만드셨다.

엄마아빠는 엄마아빠 둘이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의지하며 더 곤고해지는 관계이고,

언니는 우리와 조금 멀리에서 살아가며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고,

나는 또 한발짝 멀리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만드셨다.


그것을 깨달은 몇년이 지나고,

나는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파도리 바닷가에 서서,

아무것도 모른채로 우리는 이대로 다같이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나와

그냥 우리 가족안에서 한없이 따뜻하고 편안했던 그 어린시절의 나를 기억해본다.


언니에게 새로운 가족이,

그리고 나에게도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엄마아빠도 둘이서 새롭게 또 살아가는 삶.


본 가정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건강하게 세워가는 삶.

슬프지만 또 하나님이 예비하신 삶.


하나님께서 그 새로운 가정들을 지켜주시고,

또 아름답게 지어가실 것임을 믿는다.


창세기 2:24 KLB

그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두 사람이 한몸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레디, 셋, 스타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