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상 에세이
내가 사는 이도시는 해가 잘 들지 않는다.
특히 겨울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해가 나는데,
그 햇살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해라도 떠있으면 그날은 감사함의 날이다.
겨울은 좀 더 혹독하다. 해양성기후에 건조한 한파는 아니지만,
해가 뜨는 날이 더 적고, 오후 3~4시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우리 집은 한국식 1층이어서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겨울에는 온몸을 타고 돈다.
처음에 왔을 때, 난방비가 워낙 비싸다는 말을 듣고,
난방비를 아끼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었다.
그 덕에 나는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몸의 한쪽이 부어 고생을 했었고,
큰아들은 한기에 일주일 설사병이 걸렸었다.
모르고 겁먹어 한껏 움츠리던 시작이었다.
지금은 난방비에 대한 감을 잡아, 방에 불은 좀 때고 산다.
그렇지만, 거실은 여전히 겨울에 불을 때지 않는다.
그래도 적정온도 20도가 유지가 된다.
하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어쩔 수가 없어, 두꺼운 양말과 실내화에
일주일에 세 번은 무조건 조깅을 한다.
안 그러면 몸도 굳고, 마음도 굳어버린다.
그래서 웬만한 날씨에는 겨울에도 시간이 되는대로 조깅을 한다.
그런데, 지난 2주는 체감온도가 마이너스 7도 이상이었다.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작년. 재작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이후 긴 겨울은 정말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습관처럼 보일러를 켜 따스했던 한국집이 그렇게나 그리웠다.
그 그리움에 서러움에 더더욱 힘들었던 겨울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날이 날이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지난 일요일 아침 다시 조깅을 시작했다.
한국처럼 그 경계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아서, 처음 왔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봄기운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했다.
10도 정도가 되자, 강에 평소에는 없던 오리들이 많이들 나와 있다.
그리고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나름의 봄 햇살을 쬔다고 많이들 나와 있다.
한껏 봄을 나름 즐기고 돌아와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저쪽에서부터 환한 웃음을 띠고 아이 셋 엄마인 제니가 엘리베이터 앞으로 온다.
그것도 큰 여행 가방을 들고,
“어디 가는 거야? 요즘 잘 안보이던데. 잘 지내?
“ 응 !! 잘지내지 ! 나 지금 여자들만의 여행을 떠나!!! “
그러고 보니 한 것 멋을 낸 제니다.
남자아이 둘에 막내 꼬맹이를 한 팔로 안고서도 한결같이 멋스러웠는데 ,
“ 여자들만의 여행????? 너 정말 인생 즐기는구나!!!!!! ”
“ 응 맞아 ”
정확한 워딩은 “ 예스 아이 두”였다.
처녀는 아니지만, 한껏 설레어하며 떠나는 제니의 뒷모습에 봄이 보인다.
함부르크에도 드디어 봄이 왔다.
그렇지만, 제니의 남편 다니엘에게는 그날부터 겨울이 왔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