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상 에세이
독일에서는 택배가 꽤 중요한 이슈이다. ,
분실위험이 많다 보니
집에 왔는데 택배를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
집 앞에 택배를 놓지 않는다.
대신, 택배아저씨가 택배를 다시 가져가서
근처의 분점에 맡겨놓기 때문에,
택배를 직접 찾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까운 곳에 맡겨진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지만,
큰 택배가 먼 곳에 맡겨진 경우는 큰 택배를 가지고 먼 거리를
걸어와야 할 때가 있고, 택배 보관소에서 있는 택배들은
정리가 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있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게 택배를 찾게 된 날은,
어떻게든 집에서 택배를 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좀 했던 것 같다.
사실 이런 불편함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독일 사람들한테도 꽤 불편한 이슈여서
조금 친한 독일 이웃끼리는 택배를 서로 받아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10 가구가 사는 동에
그라운드 플로어에 살기도 하고,
자택근무로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사님들이 우리 집에 택배를 맡기를 경우가 많아져서,
나는 10 가구 정도가 사는 우리 동의 택배 지킴이가 되었다.
사실 동양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우리 동네에서
우리 가족이 그들에게는 꽤 이방인일 수 있겠다 싶어
조금 좋은 인상으로 이웃들에게 다가가고 싶기도 했고,
오랜 해외생활을 해봤던 터라, 조금 더 나누며 사는 게
외지인으로써 섞여 사는데 좋다는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 집 문 앞에는 택배가 쌓여있는 경우가 많고,
퇴근하면서 우리 집 벨을 누르며 본인들의 택배를 찾아가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택배로 사건이 발생한다.
늘 그렇듯 여러 개의 택배를 쌓아놓았던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평소보다 조금 많은 택배가
우리 집에 놓여 있었더랬다.
하나둘 가져가기를 반복하고,
택배가 놓여 있던 자리에 아무런 택배박스도 없었는데,
3층 윙케가 벨을 누른다.
“ 하이, 내 택배를 좀 찾으러 왔는데 “
“아 그래 니 택배, 받은 것 같은데 잠깐만 ”
앗! 아무것도 없다. 윙케 앞으로 온 조그마한 박스를 분명히 받았던 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평소에 잘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순발력을 발휘한다.
“ 윙케, 지금 내가 정신이 없어서, 니 택배를 어디다 놨는지 모르겠거든
찾아서 가져가 줘도 될까? “
윙케는 당연히, 고맙다며, 돌아갔다.
아.. 이 사태를 어떻게 하지, 잃어버렸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작아서 그렇게 비싸진 않은 것 같았는데, 물어주면 되려나.
도대체 이 자그마한 박스가 어디 간 거지?
아무리 찾아도 집에서 박스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 자리가 아니면 박스가 나올 곳이 없다.
그때 문득, 남편이 어제저녁, 버릴 빈 박스가 많다며,
한가득 박스를 버리러 나가던 일이 생각난다.
앗 머릿속에 번뜩 스치는 생각! 거기에 딸려갔구나.
우리 부부는, 함부르크에 흔하지 않은 첫눈이 내리던 그날,
눈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냅다 뛰었더랬다. 남편이 조금 더 빨랐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때 내가 독일 와서 처음 친해진 제니를 마주쳤고 ,
그녀가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네델란드인인 제니는 조금 진지한 독일친구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이나 가질법한 유머코드를 가진 친구이다.
하이~~
나도 하이!!
평소 같으면, 스몰토크라도 했을 텐데 우리는 너무 급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니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꽤 빨랐던 것 같다.
평소 약 2분거리를 20초만에 도착한 분리수거장에는 박스들이 수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고
그중 어제 남편이 버린 여러 박스 안에 그 작디작은 윙케의 소포가 함께 있는 걸 발견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택배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제니를 다시 만났다.
제니가 나에게 물어본다.
“ 아까는 남편이랑 나 잡아 봐라 한 거야? 눈이 와서?
너네 코리안커플 정말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야?? “
나는 이 시트콤 같은 상황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눈발을 휘날리며
긴박하게 뛰었어야 했던 상황을 이야기해 주며,
우리 동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나의 택배지킴이로써의 신뢰를 떨어뜨릴 순 없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제니는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은 한국에서 온 우리 커플이 무척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단다.
이런 상황인지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우리는 정말 깔깔대며 한참 웃었더랬다.
택배는 무사히 나의 천연덕스러움과 함께 윙케에게
바로 전달되었다.
며칠이 지난 후 다시 만난 제니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윤! 니 이야기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데, 이 이야기 내 남편에게 해줘도 될까?”
라며 나의 허락을 구한다.
나는 어쩐지 시트콤의 주인공이 된냥 시원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 물론이지!!! 남편한테만 해야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