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상 에세이
오늘은 그야말로 독일 온 이래 최고의 4월 날씨이다.
작년에는 4월에도 눈과 비가 와서 우울함이 극에 달했었는데,
오늘은 4월 초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가 난다.
밖을 자꾸만 바라보고 싶은 날이다.
그래서 왠지 밖을 한번 더 보게 되었는데, 엇 반가운 우리 딸이 낯선 얼굴과 함께 나에게 온다.
설마 친구인 건가?? 잉잉 ㅜ
감동이다. 독일온 이래 처음으로 친구를 스스로 데리고 왔다.
친구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1시간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다.
나와 남편은 얼른 함께 나와서 10유로를 쥐어준다.
딸의 친구에게 함께 인사를 건네고 다녀오라 배웅도 해주었다.
우리 둘째는 딸인데, 워낙 수줍음이 많고 엄마 바라기인지라 엄마 곁에서 잘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걸 좋아해서 주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데 약하다.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좀 오래 걸리는 편이고 친구를 사귀는데도 오래 걸리는 편인 것 같다.
한국에서 입학을 할 시기에 코로나 시기와 겹쳐 학교를 거의 못 간 탓도 있었겠지만,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거나 마음 맞는 친한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잘 못 들어본 터라,
처음 독일 올 결정을 할 때 많이 걱정을 한 부분이었다.
독일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한류라는 바람을 타 한국에서 온 유일한 여자아이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매우 한국적으로 생긴 우리 둘째는, 그 덕에 참 이쁨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여자아이들이 속한 이 그룹 저 그룹을 거쳐 막판에 마음이 좀 맞는 친구를 만난 듯했지만
1년 반 만에 중학교로 옮겨야 했던 터라, 친구와도 작별을 하고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독일에서는 5학년부터 중학교로 가서 8년간 학교를 다닌다.
새로운 학교는 독일어뿐만 아니라 라틴어도 배워야 하는 좀 소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그룹이 있었고, 그 그룹에는 딸아이보다 거짓말 좀 보태서 2배 정도 큰 독일 친구 3명과
태생은 베트남이지만 독일에서 자란 친구가 있었다.
워낙 성숙한 아이들이어서, 아이돌이나, 게임등에 관심이 많은 반면
우리 아이는 그런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아무래도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과
아이의 이야기에 그 친구들이 전혀 귀를 기울여 주거나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상황을 계속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조금 맞지 않는 친구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는 이유를 울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독일에 처음 와서 긴 쉬는 시간을 혼자 있어야 했던 기간이 너무 외로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같은 학교에서 와서 이미 친해져 있는 그룹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고도 했다.
말도 통하지 않았고, 겁도 많아 그저 견뎌야 했던 그 낯선 날들이 아이에게 왜 혹독하지 않았을까
그러던 어느 날 부모모임이 되었고, 선생님과 1대 1 상담을 해야 하는 기간이 되었는데,
선생님이 부모모님에서 아이가 속한 그룹의 아이들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 부모님들까지 감정이 상한 상태였고,
아이들도 몇 달 내내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서 상담선생님이 개입할 예정이며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상담할 거라는 내용을
개인 상담을 하면서 듣게 되었다. 사실 우리 딸은 아직 스마트폰이 없어 이런 상황에 전혀 개입이 안되어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계셨다.
위기는 기회라고, 선생님께 그동안 아이가 느끼고 있던 고충을 말씀드렸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책도 제시해 주었다.
이 와중에 집으로 데려온 노하라는 친구,
딸아이의 묘사로는 음.. 찰리브라운의 여자픽맨같은 친구였지만,
그래도 노하라는 아이랑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많이 웃어 허리도 아프고 배꼽이 빠질 것 같다는 표현도 했다. 그러면 되었다.
너의 웃음이면 엄마는 되었다.
음.. 브런치의 많은 작가님을 아직은 탐색을 못했지만 그중 가장 잊히지 않는 지담작가님이 쓴 글 중에
‘가장 아픈 한발‘이라는 글에 담긴 그림은 차마 표현하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글과 그림이었다.
아직 다른 사람을 움직일만한 글을 쓰기는 정말 너무너무 멀었지만
언젠간 나도 그런 깊은 글을 쓰게 될 날을 기다리며..
지금은 조촐하지만 찰리브라운의 픽펜 사진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