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징어게임의 성훈이가 아니라고!!!

독일일상 에세이

by 소시지


아들이 어느 날은 씩씩대며 집에 왔다.

씩씩대며 집에 오는 날은 대부분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날이다.

반의 공공의 ‘불리( bully: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 ’ 베랏이라는 아이가 조금 심하게 놀렸다거나,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를 손가락질하며 ‘칭총챙‘이라고 놀리거나,

대부분 본인이 놀림의 대상이나, 불필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때 화를 내면서

집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놀란 사건은,

아이의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온 사건이었는데,

그때의 철렁한 가슴이란 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반에 미카라는 아이가 어떤 물건을 찾고 있어서

본인이 장난한다고 등 뒤에 숨겼다가 바로 ‘짠’하고 보여줬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주먹이 날아왔다고 그래서 볼이 벌건 거였다.

아이가 동생한테 하던 작은 장난의 정도가 , 그래. 어떤 사람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화내는 것도 아니고 주먹을 날리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서러웠다.

아이는 얼마나 놀래고 아펐을까 싶어 눈물이 핑 도는 찰나 아이가 덧붙인다.

그래서 본인은 두대 때렸고 미카는 코피가 났다고.

‘아이구 아들아… 맞고만 다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장난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며 알려 주었다.

독일에서 폭력은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부모님까지 학교에 올 수 있는 사안으로 매우 심각하게 다룬다.

본인들도 그걸 알기에,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선생님과 부모님께 말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을 했단다.

악의는 없었을 거다, 정말 두 다혈질이 잠깐 ‘욱‘했던 것뿐.


이런 와중에 또 씩씩거리며 들어오니, 맘이 불안했다.

그날이 오징어게임 2가 넷플릭스에서 개봉이 된 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이유인즉슨 , 이제는 본인이 중국사람이 아니라,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따라다니며

자꾸 성훈이라고 부른단다. 성훈이는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이정재의 이름이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며, 넌 한번 해봤지 않냐고 자꾸만 물어본단다.

허허 웃음이 나오고 기가 찬다. 한류가 이 정도인 건가? 반에서 오징어 게임을 안 본 아이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열풍이 대단했고, 그 영화에서 나온 둥글게 둥글게라는 동요를 다른 버전으로 다 따라 부를 정도라고 했다.

물론 아이는 왜 둥글게 둥글게를 다른 버전으로 부르냐며 한국인으로서 무척 불편하다고 애국자의 면모를 ,

사실은 본인의 다혈 기를 씩씩거리며 드러내기도 했다.

12살 우리 아들도 오징어게임을 알지만 본 적이 없어서, 탈출하는 방법은 물론, 오징어게임이 어떻게 되는 드라마인지는 잘 몰랐다.

설명해줘야 했다. 어떤 내용이며 왜 그 친구들이 그렇게 물어보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그 열풍이 여기까지 오겠냐며 , 설명해 주는 내내 나도 모르게 나왔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아마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다.

블릭핑크도 모르던 딸이 다른 친구들이 흥얼거리고 춤을 따라 하고 있는 이런저런 노래나, 가수이름을 듣고 와서

이 노래가 대부분 K pop이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을 때와 비슷하달까?


인도에 있을 때나, 미국에 있을 때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늘 노쓰코리아 인지 사우쓰코리 인지를 물어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류가 세계적으로 피어나는 이 시기에 독일에 머무르게 되어서 참 감사한 부분이다.

언젠가는 아이가 몸도 크고 마음도 조금 더 크면 오징어게임도 같이 보고

아이도 다른 친구들의 처음 넷플릭스에 나오는 기훈이가 한 대사처럼

친구들에게 넉살 좋게 이야기할 날도 오지 않을까?


나 이 게임 해봤어요 !!!!! 이 게임 해봤다고요 !!!!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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