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즈음 헬싱키 시내로 첫 외출을 나섰다.
새벽 도착 직후에는 인기척도 없던 거리가 점심이 되니 하나 둘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다행히 여기도 사람이 있긴 있는 모양.
내가 잡은 호텔 바로 앞에는 핀란드 유명 초콜릿 브랜드가 만든, 헬싱키에 오면 꼭 가봐야한다는 파체르 카페가 있었다. 돌아가기전 한번은 여기서 먹어봐야지 생각하며 우선은 올드마켓이 있다는 부둣가로 나갔다.
호텔에서 올드마켓까지는 걸어서 10분. 에스플라나디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날씨는 흐렸지만 유럽은 흐린 날씨마저도 초겨울의 쓸쓸함을 분위기있게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공원은 양쪽에 오래된 유럽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바닥엔 낙엽이 수북했고, 잎사귀 하나 없는 나무들이 초겨울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가을이 끝났다는 걸 핀란드는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은 토요일이라 공원에도 부둣가에도 사람이 꽤 많은 편이었다. 산책삼아 부둣가를 잠시 둘러보고 바로 올드마켓으로 향했다.
오기전 찾아본바로는 올드마켓에서 연어수프를 꼭 먹어야 한다던데.
1층짜리 건물 내부에 있는 마켓은 생각보다 좁았다.
좁은 통로를 두고 양쪽으로 연어며 샌드위치며 기념품 따위를 파는 가게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고 전체를 다 둘러보는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중 유독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가게가 있었는데 거기가 바로 내가 가려고 하는 연어수프 맛집 ‘Soup + More’였다.
30분 정도 대기 후 연어수프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연어수프를 주문하면 빵은 무료로 제공 되는데 원하는 만큼 직접 가져갈 수 있었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욕심 났지만 주변을 의식해서 빵은 두조각만 가져왔다.
연어수프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자니 겨우 시끌시끌한 가게안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모두가 일행과 함께온 사람들이었다. 함께 마주앉아 따뜻한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사람들 속에 나만 혼자였다.
그제서야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또렷해졌다.
이 먼 나라까지 혼자가 되고 싶어서 왔는데, 막상 그 틈에 앉아 있으려니 어색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청개구리가 따로 없지. 그렇게 혼자지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여행까지 떠나왔으면서 말이다.
청승맞은 생각은 연어수프가 나오면서 다시 저편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노란 국물은 묽은 편이고 포슬포슬한 감자와 연어살이 빠져있는 수프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연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같이 들어있는 허브딜이 냄새나 비린맛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예상보다 추운 핀란드의 초겨울 날씨에 속까지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따뜻한 연어수프가 들어가니 마음의 긴장도 풀어지는 것 같았다.
헬싱키에서의 첫날.
이제부터 나와 마주해야 할 시간들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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