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학

1. 날개

by 마흔의 햄

추석과 함께 긴 연휴가 있던 10월 날씨 좋은 날, 여수에서 올라오신 남자친구의 어머님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역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일동안 비가 계속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해가 나온 맑은 날이라 좋은 날씨를 실내에서만 보내기에는 아까워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연휴의 서울역 근처답게 사람이 많았고 그 중 한쪽 구석 테이블에 자리잡은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부터 서울에서 흔하게 들리는 참새나 까치가 우는 소리와는 확실히 다른 조금 더 높은 톤에 짧고 귀여운 음의 새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그 커플이 데려온 반려새가 우는 소리였다.

하늘색의 깃털을 가진 아주 작은 그 새는 여자의 손보다도 작은 크기의 몸집으로 어깨와 팔목을 번갈아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어찌나 작은지 멀리서 보니 처음에는 새가 아니라 어깨에서 고무공을 굴리는 것으로 착각했었다.

작은 반려새는 여자의 양쪽 어깨를 번갈아 이동하다가 또 한번씩 푸드득 날개를 펴 머리위를 뛰어 넘다가, 테이블위로 날아앉기도 했는데 자세히 보니 새를 묶어두진 않은 것 같았다. 야외 자리라 저러다 저 새가 주인을 떠나 멀리 날아가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나만 하는 것인지 정작 그 커플은 너무도 태연하게 반려새를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내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는지 그 작은 반려새는 분명 날개가 있음에도 무슨 자석이라도 달려 있는 것마냥 주인에게서 거의 떨어지지 않고 테이블과 주인 사이만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정말 주인에게 자석이 있을리는 없고 그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게 어떤 특별한 훈련이라도 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새인데 날개가 없으면 이상하니까 장식으로 그저 달고 있을 뿐 날기위한 기능은 불가능한 것을 달고 있는 것일까?

새가 스스로 판단해서 날아가지 않는 건 아닐 것이고 아마도 날아 본적이 없어서 나는 법을 모르거나 혹은 날아가는 법을 잊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분명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음에도 모르거나 혹은 잊었기 때문에 그 날개를 장식처럼 가지고 있는 작은 새는 아마도 안전하고 따뜻한 집에서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먹이 걱정없이 잘 살고 있겠지.

문득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 감정이 과연 맞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저 새는 정말로 날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걸까.

작은 반려새는 주인의 어깨와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아주 짧은 거리만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떨어질까 걱정하는 쪽은 늘 지켜보는 사람이었고 새는 한 번도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훈련 때문인지 혹은 날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지 어떤 설명도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저 분명했던 건 그 새에게 날지 않는 상태가 특별한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선택인지 습관인지 아니면 애초에 구분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날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날아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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