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멈춘 것 같은 오후

by 마흔의 햄



어느 날 오후, 건너건너 아는 지인이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봉도 꽤 된다며 부럽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누군가는 퇴사를 했다고 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이른 은퇴를 하고, 경기도 타운하우스에 들어가

프리랜서로 일하며 더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살겠단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직장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했고,

마침내 그 결과로 꿈꿔왔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들려오는 소식은 전부 앞으로 나아갔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런데 마흔이 된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묶여 있다.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이것저것 시도는 해봤지만 이루어낸 건 딱히 없다.

서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흔은,

딱히 반갑지 않은 것들로만 가득하다.

늦게나마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겠다고 결심했지만,

핑계를 대지 않기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퇴근만 하면 기운이 빠져버린다.

이러다 몇 년 뒤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아닐까, 자주 생각한다.

모두가 열심히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나는 늪에라도 빠진 건지,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

그 불쾌한 기분이 유난히도 짙은 오후였다.


그런데, 그렇게 짜증 섞인 우울함에 휘말려 있다가도

창틀에 엎드려 졸고 있는 내 고양이들을 보면

조금은 안도하게 된다.


그래,

그래도 밥은 잘 챙겨주고 있잖아.

이번 달도 월급은 들어왔고,

쟤들도 잘 자라고 있고.

이 작은 반복이 나를 붙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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