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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인 Aug 15. 2020

팔자론

답답함은 나의 몫

팔자가 좋다던가 혹은 팔자가 사납다고 말한다. 팔자를 믿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니 비과학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틀렸거나 맞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튼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이 팔자론의 핵심 개념이다. 그러니 나의 삶의 모든 결과물도 모두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이 내 내부에 있든 외부에 있든. 현재에 있든 과거에 있든 말이다. 그 원인은 또 원인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끝없는 인과의 연쇄 고리로부터 우리는 생겨나고 또 소멸한다.


그러니 알량한 마음으로 자유로운 의지가 있는 것처럼,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 마냥 자신의 삶을 조종하려는 사람은 늘 큰 벽에 부딪혀서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체념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말이 길어지니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내 삶에도 때가 있다. 여기에는 내가 살아 움직이는 때도 포함된다.


인정하자. 후회되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어쩔 수 없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 자신을 변화시킬 힘이 내 안에는 없었다. 그렇게 힘 없이 흘러가는 인생이 운 좋게 적당한 때에 잘 풀리지 않은 것은 불운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삶에 균열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내 삶에 개입해서 나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외부의 힘조차 없었다는 게 불운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난 세월 불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운도 많았고 누리는 것도 많았다. 그럴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던지자. 하늘에서의 추락에 인간이 필요한 에너지는 던지는 찰나의 힘이다. 그다음부터는 중력이 저 높은 곳에서부터 인간을 아래로 끌어당긴다. 나를 제어할 수 있는 그 어떤 외부의 힘이든 자발적으로 이용하자. 나는 그 순간 이용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그 뒤에 알아서 해결해준다.


주어진 많은 자유는 나를 너무 많이 파괴시켰다. 자유의 반납이 절실한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를 반납하여 진정한 자유를 되찾자. 고통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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