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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인 Aug 07. 2020

인생이라는 산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얘기하기란 쉽지가 않다. 오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며, 힘들게 다 올라가고 나면 다시 내려올 일만 남기 때문이다.


인생을 사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얘기하기란 쉽지가 않다. 사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며, 힘들게 다 살고 나면 이제 죽는 일만 남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을 맞이한다. 고르지 못한 바닥, 때로는 변화무쌍한 날씨, 나의 컨디션, 함께하는 동료 등이 언제나 변수로 작용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을 맞이한다. 나잇값을 하기가 쉽지가 않은 버거운 삶의 과제들, 쉬고 싶고 자고 싶고 놀고 싶고 먹고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충동, 그 충동에 휘둘리는 나의 나약한 정신상태, 나를 휩쓸리게 하는 주변의 수많은 유혹들, 도피처들이 언제나 인생의 변수로 작용한다.


산을 오르고 싶은 나와 오르고 싶지 않은 내가 함께 공존하며 치열한 내적 갈등을 빚는다.


인생을 열심히 살고 싶은 나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내가 함께 공존하며 치열한 내적 갈등을 빚는다.


먼 훗날 누군가 당신에게 인생이라는 산을 등반한 소감을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그 산에 임하는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우수하지 않는 사람, 자책과 무기력 자괴감과 충동과 중독과 싸우는 당신에게는 하나의 정답을 주고자 한다.


나는 결코 우수하게 태어나고 자라나지 못했습니다. 결코 타인에게 주목받을 수 없는, 늘 빛나는 타인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실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나도 쉽게 '그럼 그렇지..'하고 수긍하고 체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생각은 없었고 자극에 중독되어 반응만 했습니다. 배고픔도 피곤함도 나태함도 그 어떤 성공을 위해 필요한 자질도 갖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치열하게 하루를 보낼 때 저는 치열하게 침대 위를 뒹굴었습니다. 긴 인생이 저주스럽고, 매일마다 할 일이 없는데도 눈 떠야 하는 사실이 괴로웠습니다. 독립하지도 못한 채 부모의 등골을 빼먹으며 미래에 대한 아무런 의욕도 계획도 가지지 못한 채, 도망치고 싶은 인생의 매 순간, 건강은 쇠약해져 가고 모든 것을 잃어가며 분명 큰 질병에 걸려 곧 죽게 될 운명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꼼짝도 할 수 없이 죽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
그렇기에 저는 그 누구보다 우수합니다.
당신이 당연스럽게 도달한 산 정상에,
당신이 편리한 신발을 신고 도달한 산 정상에,
당신이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도달한 산 정상에,
저는 다 죽어가는 몸과 마음을 이끌고 그 누구보다 험난한 길을 넘으며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
세상에서 잘났다는 사람들이 나와서 대중들 앞에 마이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역겹습니다. 그들은 늘 잘난 적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의 훈계 따위 범죄자 마음에 닿을 리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사람의 훈계 따위 흡연자 마음에 닿을 리 없습니다.
...
애초부터 잘나 놓고 으스대지 마십시오. 한 번도 인생의 비루함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요. 당신의 잘난 척에 우리를 소비하지 마세요. 우리를 무시하지 마세요. 우리도 어떻게든 인생이라는 산을 끝까지 오를 것입니다. 당신보다 훨씬 숭고한 마음으로요. 당신은 결코 모를 고귀한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힘내라. 자기 자신의 괴롭힘으로 힘든 사람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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