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우수하게 태어나고 자라나지 못했습니다. 결코 타인에게 주목받을 수 없는, 늘 빛나는 타인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실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나도 쉽게 '그럼 그렇지..'하고 수긍하고 체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생각은 없었고 자극에 중독되어 반응만 했습니다. 배고픔도 피곤함도 나태함도 그 어떤 성공을 위해 필요한 자질도 갖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치열하게 하루를 보낼 때 저는 치열하게 침대 위를 뒹굴었습니다. 긴 인생이 저주스럽고, 매일마다 할 일이 없는데도 눈 떠야 하는 사실이 괴로웠습니다. 독립하지도 못한 채 부모의 등골을 빼먹으며 미래에 대한 아무런 의욕도 계획도 가지지 못한 채, 도망치고 싶은 인생의 매 순간, 건강은 쇠약해져 가고 모든 것을 잃어가며 분명 큰 질병에 걸려 곧 죽게 될 운명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꼼짝도 할 수 없이 죽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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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저는 그 누구보다 우수합니다.
당신이 당연스럽게 도달한 산 정상에,
당신이 편리한 신발을 신고 도달한 산 정상에,
당신이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도달한 산 정상에,
저는 다 죽어가는 몸과 마음을 이끌고 그 누구보다 험난한 길을 넘으며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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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잘났다는 사람들이 나와서 대중들 앞에 마이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역겹습니다. 그들은 늘 잘난 적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의 훈계 따위 범죄자 마음에 닿을 리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사람의 훈계 따위 흡연자 마음에 닿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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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잘나 놓고 으스대지 마십시오. 한 번도 인생의 비루함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요. 당신의 잘난 척에 우리를 소비하지 마세요. 우리를 무시하지 마세요. 우리도 어떻게든 인생이라는 산을 끝까지 오를 것입니다. 당신보다 훨씬 숭고한 마음으로요. 당신은 결코 모를 고귀한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