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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인 Mar 29. 2023

붕괴

마음이 말 그대로 붕괴해서 너무 아팠다. 너무 아파서 마음이 아픈건지 몸이 아픈건지 분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마음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입맛이 사라지고, 어지럽고, 제대로 정신을 가누기가 어렵고, 구토를 연발하며, 그저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랐다. 시간이 멈추고 영원한 안식이 오기를 바랐다. 그렇게 틈나는대로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흐르는 시간에 두려움에 떨면서, 내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던 시간들.


이 고통 속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글이 잘 써질지도 모르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글을 쓸 힘이 없었다. 글을 쓸 용기도 없었다. 이미 몇번의 발작을 경험한 이후였다. 글을 쓰기 위해 늘 이렇게 고통스러워야만 한다면, 글따위 쓰고싶지 않아졌다. 그저 누군가가 쓴 글이 나를 안식시켜주기만을 바랐다.


완벽하게 궁지에 몰린 느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 생각을 안할 수는 없었다. 생각하기 싫은 내가 있었고 생각을 멈추기 싫은 내가 있었다. 나의 중요하고도 실재적인 부분을 도려낸다는 것이 가능한지 회의적이었고, 보존하고싶은데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아팠다.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시간은 흘렀다. 여전히 고통의 한복판에 서있는다. 현명한 판단이 무엇일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꿈쩍을 못하겠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렵다. 지쳐버렸다. 자신감없는 모습. 아마 몇 번은 더 상처입을 일이 있을 것이고 그때마다 발작할 것이다. 그렇게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많았는데 사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달이 지나있었다.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주섬주섬 주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섬세함도 에너지도 없다. 그래서 아마 많은 것들을 앞으로 잃어버리게 되고 또 그 잃어버렸다는 사실 조차도 잃어버리면서 부유하게 될 것 같다.


그저, 이 아픔의 흉터가... 아 그때 참 그랬었지... 라고 상기만 시켜주면 좋겠다. 아픔의 상기가 아니라 그저 인식만을.. 더이상 아프고싶지 않으니.. 아마 그러나 내가 아프지 않을 즈음에는 그만큼 많은 것을 잃어버렸을 터다.


여전히 모르겠는 인생이고, 철들어간다. 좀 더 멋있어지면 좋겠는데. 나를 사랑하면 좋겠는데. 의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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