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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Sep 03. 2021

비난과 충고의 경계에서

마음을 안아주는 생각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바람을 느낀다. 그 바람 속에는 스쳐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회상을 일으키는 향수 같은 것들이 조금 섞여 있다. 그래서 봄이나 가을이면 옛 친구나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청승을 맞이하기도 한다.


오늘은 문득 두 명의 친구가 떠올랐다. 참 좋아하던 A라는 친구가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늘 나를 웃게 해 주었고 내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던. 우유부단하고 성격의 나를 답답해하며 이런저런 충고를 늘 해주었고 나 또한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A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뒤가 찝찝한 기분이 오래도록 남았다. 하나의 사건을 이유로 그 친구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전혀 교류를 하지 않게 되었는데 우연히도 그 관계의 단절에 대한 의미를, 다른 B라는 친구에게 받았던 충고에서 깨닫게 되었다.


A와 B는 똑같이 나에게 충고를 잘해주던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A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기분이 나빴고 B를 만나고 돌아오면 마음에 늘 충만이란 감정이 느껴졌다. A에겐 고약한 버릇이 있었는데 예전에 내가 했던 실수와 잘못을 만날 때마다 나에게 상기시키는 버릇이었다.


'예전에 너 그랬잖아' 하고 말하는 것은 늘 A의 입에 붙은 말이었다. 그런데 B는 서로 오래 지낸 만큼 알고 있는 나의 비밀, 실수를 단 한 번도 입에 꺼내 비난하는 적이 없었다.

A와의 만남에선 난 꼭 한 번은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움을 느껴왔다. 나조차도 기억하기 싫었던 일을 A는 늘 아무렇지 않게 말로 꺼내놓으며 나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A는 자신의 친구들의 사생활에 대해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떠들어 놓기도 했다. 그러다 A를 걸쳐 아는 다른 친구를 어디선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녀도 나도 전혀 교류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서로의 눈빛은 '나 네가 겪은 그 모든 일들을 알고 있어'라고 쓰여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듯, 그들도 나에 대해 다 알고 있겠구나 라는 것을.


지금까지도 나를 늘 귀하게 대해주는 B는 어찌 보면 A보다도 서로의 못볼꼴을 다 본 친구지만 단 한 번도 예전의 잘못을 끄집어 내 나를 부끄럽게 만든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난 좀 그렇잖아...'라고 자신 없는 말을 하면 내가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도록 일으켜 도와주려 애를 쓴다. 그러면서도 이건 좀 아니다 싶으면 내가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냉정하게  말을 해준다. 하지만 B가 그런 충고를 할 땐 자기 자신도 그 말을 아주 어렵게, 아프게 한다는 것이 나는 느껴진다. 게다가 B와 C는 나와 셋이 함께 친하게 지내지만, 내가 C에게 하지 않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B를 통해 C에게 거쳐간 적이 없었다.


아무리 장점이 많고 또 내가 좋아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친구라고 하더라도 그 친구를 만나고 돌아올 때 어딘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진다면, 그는 나에게 좋은 친구는 아닐지도 모른다.

친구는 잘못을 비난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반찬이나 간식 삼아 떠들어 놓지도 않는다. 충고와 비난은 엄연히 다르다. 충고를 들으면 정신이 번쩍 뜨이지 찝찝함이 남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A에게 마찬가지로  난 좋은 친구가 아니었기에 만날 때마다 그런 찝찝할 말들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관계에 있어 완벽한 일방적 잘못은 없을 테니까. 내가 이렇게 A와의 지난 우정을 돌아보게 되는 것보다 어쩌면 훨씬 더 많이 A는 날 친구도 아니었다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A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정리된 지금, 난 A와 A의 주변 누구도 더 이상 내 이야기를 반찬삼아 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A와의 관계가 끝난 것이 오히려 더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것 말이다.




사진/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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