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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Aug 25. 2021

행복을 위한 컵라면과 단식

마음을 안아주는 생각들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아이들 어렸을 적 생각이 많이 난다. 너무 작고 소중하고 예뻐서 가만히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던 날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속했던 나는 잘 아는 것이 없이 아이 둘을 키우며 부족함을 더 많이 느꼈기에 오히려 더 노력을 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아이들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한시라도 엄마가 곁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두 아이를 양쪽 겨드랑이에 껴 다니다시피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사춘기라는 혹독한 시기가 찾아왔고, 삼시 세끼 불닭볶음면만 입에 넣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호들갑 떨며 키웠던 것은 사실 다 무너질 것이 뻔한 공든 탑이라는 것을 깨달아버린 요즘이다.

렇게 두 아이 육아에 어느 정도 통달을 했다고 느꼈건만, 다시 막둥이 강아지가 생긴 내겐 또 예전 습관이 생겨버렸다.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고,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간식을 먹이기 위해 노력하고 퇴근하고 나면 강아지를 품에 안고 마치 아기 달래듯 어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 녀석이 꾀를 냈다. 밥 먹기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수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아주 간단했다.


"굶기면 됩니다. 아무것도 주지 마시고요, 그냥 굶기세요."


하루를 꼬박 굶고 나서야 강아지는 밥그릇에 입을 댔다. 그 하루 동안 어찌나 속이 타들어갔는지 간식 그릇에 손을 넣다 말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것 아닌 거 같지만 내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해 좌지우지된다. 사춘기 아이가 밥을 먹지 않고 불닭볶음면만 먹으려고 하는 것과 키우는 강아지가 사료 대신 간식만 찾는 것으로 인해 나의 행복지수는 때때로 저 밑바닥을 맴돈다.


우리 아이에겐 편의점에서 친구와 함께 먹는 컵라면 한 개가 엄마의 따스한 밥상보다 더 행복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좋은 식습관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난 아이를 위해 한 번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강아지의 단식 투쟁도 그렇다. 배를 곯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참아야 하는 것이다. 반려 인과 반려견, 우리의 균형 잡힌 행복을 위해서.


적당하고 균형 잡힌 행복을 찾기란 참 쉽고도 어렵다. 결국 엄마인 내가 쌓은 인내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딱 한순간만 넘어가면 그 적당한 행복이 조금은 쉬워진다는 것을, 난 오늘 또 한 걸음을 디디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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