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잘 울리지 않는 핸드폰이 지리릭 진동 소리를 냈다. 회사 후배였다. 이유인즉슨, 자신이 결혼식장에 다녀왔는데 거기에 확진자가 생겨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며 출근을 못하니 일을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의 이야기였다.
코로나 초기엔 이런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접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으니 더 그랬을 수도. 하지만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1년 반이 넘어가자, 이젠그리 놀라지도 않는다. 참 사람이 이상한 게, '우리가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보다도 이 복잡한 이야기를 윗선과 동료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정말 너무나, 너무나 귀찮게 느껴졌다는 것이다.중요한 일임에 불구하고.
특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엄청난 피로감을 느낀다. 어차피 기다림 밖엔 결론이 없는 이번 이슈는 더욱 그렇다. 길게 길게 이야기해봤자 얻어지는 소득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때문에 이번 일은 최대한 간단히 요점만 명확하게 전달하고 통화를 끝냈다.
예전엔 사람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것에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위안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퇴근 후에도 하루의 일을 전화나 톡으로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굳이 맞지 않는 누군가와 귀한 내 시간을 내어주며 공중으로 휘휘 날아가는 말들을 섞고 싶지가 않다. 그럴 시간엔 차라리혼자 편하게 쉬는 편을 택한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주말에 뭘 하고 지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예전처럼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지친다. 모두의 안녕한 얼굴을 보면 그것으로도 알 수 있다. 잘 지냈구나,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는 기색도.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어 인간관계는 더욱 좁아지게 되었고 주변 지인과 교류하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슬프다거나 외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지난날, 쓸데없이 보냈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뿐이지. 어쩌면 내 안에 있던 작은 열정이란 불씨가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럼 뭐 어때. 열정이 사라진 자리는 차갑게 식었겠지만 대신 냉정과 평온이 남아 있을 수도.
그래서 요즘 난,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궁리 중이다. 거창하게 돈을 얼마 벌고 투자를 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닌, 내가 날 내버려 두고 그저 물 흘러가듯 유유히 살고자 마음을 다잡을 뿐이다. 이런저런 일에애를 쓰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나 자체로 편안한 그런 삶을 원한다. 나이가 들수록 복잡한 것들은 싫어진다. 부연 설명이 많은 삶을 살아 무엇할까. '잘 지낸다' 하나로 충분한 삶, 이젠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