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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Jul 09. 2021

창밖을 보는 너, 너를 보는 나

마음을 안아주는 생각들

우리 집 막내심각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몰티즈 '사과'의 취미는 시시때때로 창밖을 구경하는 것이다. 하루에 최소 한번, 많게는 서너 번도 산책을 하는 녀석이 계속 창밖을 구경하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 좀 궁금하지만 그저 강아지 자신의 사생활이려니 하고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우리 반려인의 할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도대체 밖에 뭐가 있다고 저렇게 유심하고 골똘하게 보는 것일까 궁금하기는 하다. 아무래도 바깥의 냄새와 놀이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녀석에겐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처럼 느껴지는 아닌 것일까?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강아지는 말을 못 하니까 녀석이 하는 모든 행동을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내 옆에 엉덩이를 딱 붙어 앉아 있으면 '엄마가 좋구나' 하고, 혼자 우다다 하며 거실을 휘젓거나 공을 물고 오면 '심심하구나' 하고, 쉬를 잘하다가도 아무 데나 한 번씩 실수를 하면 '녀석이 오늘은 뭐 기분 나쁜 일이 있나?' 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는 녀석의 뒷모습도 매일 같지는 않다. 어느 날은 즐거워 보이고 또 어느 날은 어딘가 모르게 우수에 차 보이거나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저 녀석 혹시 지구 정복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어디까지나 그건 나만의 짐작과 상상 그칠 다.


사람이 말 못 하는 강아지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사랑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를 '무언어의 교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영민한 인간들끼리의 교감은 때론 극한 피로함을 남기곤 하니까.


인간은 수많은 말을 쏟아내지만 오히려 그 속내는 잘 알 수가 없다. 널 믿는다 말하지만 불신하고 널 사랑한다 말하지만 행동은 거짓투성이다. 하지만 강아지는 아니다. 한마디 말이 없지만 정직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말 대신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정확하게 알 수 없이 미루어 짐작만 하게 되는 그 답답한 교감에서 우린 오히려 유쾌한 위로와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집 강아지 '사과'가 오늘도 창밖을 보는 이유를 난 아마 영원히 알 수는 없겠지. 그러나 매일 수많은 이유를 대며 설명하는 관계에 지쳐버린 나는, 그 모든 말을 뒤로하고 기꺼이, 쓸쓸하고도 발랄한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단 생각을 갖는다. 리곤 힘을 얻는다.


그래... 사과 너 짱 먹어. 다 이겨라 짜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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