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내가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참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이라는 것인데, 아마도 작은 컴퓨터인 핸드폰을 어릴 때부터 만지며 큰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 그런가 보다. 그래서 사교육으로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아졌다니 교육의 세계는 참 끝도 없고 어렵기만 한 요즘이다.
"어렵지 않아? 엄마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그 수업."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걸 아이들이 배운다고 하니까 마치 문맹의 어미가 글을 배우는 아이를 신기하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어렵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조언을 해줘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래서 정보 수업 시간에 애들이 너무 어렵다고 한숨을 푹푹 쉬었지 뭐야."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코딩 수업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쩌냐, 엄마는 아는 게 없어서 하나도 도와주지 못하겠네."
"근데 엄마, 우리 정보 선생님이 연세가 엄청 많으셔. 곧 정년 퇴임하시거든."
"어머, 그 선생님께 코딩을 배운다고?"
"응. 근데 우리 반 아이들이 어렵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난 엄청 감동적이었어."
"뭐라고 하셨는데?"
"너네 나이에 이게 어려우면 선생님은 어땠겠냐고. 본인은 아직도 카톡 답장 보내는 것도 힘드시다고, 잘 보이지도 않고 타자 치는 것도 어색하시대."
"아, 그렇겠네. 엄마도 마흔 넘으니까 노안이 생기는 것 같아."
"코딩 연수하시면서 정말 막막하셨지만 그래도 힘들게 노력해서 배우셨다고. 나도 했는데 너희가 왜 못하냐고 그러시더라."
"어머, 대단하시다."
"응. 난 정보 선생님 그날 다시 보였어. 포기하지 않고 배우셨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모습이 뭔가 울컥하더라. 어른들은 모든 일을 그냥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잖아, 그것도 못하니? 이런 식으로."
아이가 그 말을 하는데 내가 좀 부끄러웠다.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들이 떠올라서다. 나도 착오와 실수의 바다를 건너 지금의 나이에 이르렀고 아직도 수많은 헛발질로 살고 있는지.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늘 내가 지내왔던 시간을 곧잘 잊고 '그것도 제대로 못하니'라는 타박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참 기특했다. 어른이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그의 참된 뜻을 어린 나이에 읽어냈다는 것이 말이다.
어른이 어른답다는 것은 수많은 시간에서 건져냈던 경험과 지혜를 차곡차곡 쌓아 나보다 미숙한 존재들에게 나누고 베풀어 줄 때인 것 같다.18살의 내 딸이 60이 다 되어가는 선생님께 그 지혜를 물려받아 배움의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나도 내 아이에게 혹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그런 아름다운 어른으로 남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