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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Sep 11. 2020

오륙남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우리 좋은 마음만 해요.

다음 검색어 '오륙남'에 보이는 동영상들


단톡 방에 새로운 게시물이 떴다. 동영상이었다. 잠시 후 그 동영상을 본 지인들이 난리가 났다.


너무 무식하다. 정말 화가 난다.


영상의 주인공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오륙남이었고 뉴스에도 보도가 되어 시끌시끌했던 '마스크 쓰지 않은 50대 남성의 폭행 장면'이었다.

요즘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가는, 꼰대 감성 충만한 남자들을 오륙남이라고 말하는 게 유행이다. 근데 하필이면 이렇게 나라가 뒤숭숭할 때, 오륙남이 폭력적으로 활약하는 동영상까지 출몰했으니 급기야 그들이 사회의 혐오대상으로까지 떠오르게 되었다.

나 또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서 함께 부딪힐 수밖에 없는 오륙남들을 좀 싫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퍼지던 4월과 5월에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들이었고, 핸드폰의 벨소리를 트로트로 설정해 놓고 큰 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전날 먹은 마늘냄새, 술냄새진하게 풍기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오륙남이 그렇게 나쁜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직장 건물을 항상 든든하게 지켜주는 경비 아저씨들은 늘 무거운 짐이 있으면 함께 거들어 들어주시거나 고장이 난 시설도 빠르게 고쳐주시는 우리들의 흑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아침에 내가 출근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청소 여사님들과 함께 반갑게 나의 하루를 맞이해 주는 정겨운 직장 동료 중 하나였다.

한 번은 차바퀴에 바람이 빠져 집 근처 수리 센터에 갔다. 수리센터 사장님은 타이어 펑크는 아니니 걱정 안 해도 되겠다며 바람을 채우시더니 나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하셨다. 금액을 여쭤봤더니 뭘 이런 걸 돈을 받냐며 한사코 사례를 거부하시던 마음씨 좋은 사장님사실은 오륙남이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 여자들의 기쁨 중 하나인 택배 박스. 그걸 가져다주시는 택배 기사님들 중 상당수가 오륙남이 아니던가. 시와 스기사, 식당 주인,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 교수... 오륙남은 우리 곁에 정말 가까이도 있다.

그제는 집에 오는 전철에서 옆자리에 있던 아저씨가 통화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 딸 아빠한테 뽀뽀 좀 해 줘라. 부탁이다 짜샤.


아저씨는 핸드폰을 부어 잡고 모기만 한 목소리로 딸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청소년 여자아이들이 아빠에게 뽀뽀하는 걸 질색한다는 걸 아저씨는 모르는 걸까. 에휴, 참 몰라도 너무 모르신다.

그래도 딸에게 뽀뽀를 구걸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참 측은했다. 자녀들은 다 커서 아빠를 멀리하고 외로워진 지 오래다. 열심히 살았는데 누구 하나 좋게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던가. 그 시간을 지내온 우리 아빠를 생각해 봐도 나 같은 못된 딸년 만나 맨날 원망 아닌 원망만 들었다.

오십 대에서 육십 대 사이. 그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바치고 있는 '상다리' 같은 존재다. 우리들의 아빠고 삼촌이고 남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구 한 사람이 잘못을 했다고 그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너무 미워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오륙남에게 우리 조금은 감사해야 할 빚이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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