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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Oct 21. 2020

알바한테 왜 그러세요?

마음을 안아주는 생각들

베이커리에 가서 가끔 빵을 산다. 동네마다 한두 개씩은 꼭 있는 파리 빵집에서다. 우리 집 식구들 먹으려고 사기도 하고 직장동료들과 나눠 먹으려고 사기도 한다. 기존에 즐겨먹던 빵과 함께 신제품을 사 먹는 건 큰 기쁨이다. 가끔 신제품이 맛이 없어 실망스럽거나 돈이 아까울 때도 있지만, 워낙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곧 잊어버리고 신제품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빵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고 적립과 할인이 되는 카드를 내민다. 뒤에 줄을 선 사람이 없는 날은 여유롭게 지갑을 펼치지만, 뒤에 누구 한 명이라도 있게 되면 마음이 바쁘고 급해진다. 나 때문에 뒷사람이 많이 기다리면 안 되니까 그렇기도 하고 나도 앞사람 때문에 기다리는 게 싫어서도 그렇다.

한 번은 빵을 골라 줄을 서있는데 앞에서 계산하는 한 여자가 진상, 진상 그런 진상이 없었다.


"

할인되는 카드 뭐가 있어요?


네, 통신사는 여기 쓰여있는 것들이 할인이 됩니다 고객님.


그럼 이거 할인 어떻게 받아요?


핸드폰에 통신사 할인카드 다운로드하셨어요?


아니요, 저 그런 거 없는데 그럼 신용카드는 할인 안 되나요?


네, 신용카드 할인은 없습니다 고객님.


그럼 이 빵은 통신사 할인받으면 얼마인데요?


아 그게 여기 쓰여 있는 대로 A통신사는 00프로... B통신사는....


(본인이 원해서 듣다가 귀찮은지 말 자르며) 그럼 적립만 되는 건 어떤 건데요?


그건 포인트 회원가입을 하시고....


(또 말 자르며) 회원가입도 하라고요?

"


뒤에 줄을 서서 그걸 다 듣고 있자니 미칠 지경이었다. 30대 여성 같은데 파리 빵집을 이용하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알만한 것들을 계산대에서 물어보고 있는 것도 의아했지만 뒤에 사람이 줄을 서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웠다. 더욱이 아르바이트생에게 그렇게 따지듯 캐묻는 말투는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듣기에도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다행히 내 뒤에 참을성 없는 고마운 아저씨 한분이,


"거, 길어지면 좀 이따가 물어보고 계산하세요. 뒤에 줄 서있는 거 안보입니까?"


하고 소리를 지르자 여자는 고개를 휙 돌려 아저씨와 나를 한번 째려보고는 신용카드를 내밀어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가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뒤에는 다른 파리 빵집에서 지난번 여성이 갑자기 늙어서 온 같은 할머니를 한분 만나게 되었다. 그 일도 계산대에서 생긴 일이었다.


"

이거 빵 뜯어서 잘라줘.

네? 고객님 이 빵은 본사에서 포장해 오는 빵이라, 가지고 나가시는 거면 저희가 잘라드리지 못해요.


아니 내가 잘라 달라고 하는데 왜 못 잘라줘? 그거 잘라달라고. 다른 빵집은 다 해주는데 여긴 왜 못해줘! 그런 게 어딨어?


...


빨리 잘라 달라고, 잘라서 담아!


(거의 울먹이며) 원래 안되는데... 그럼 이렇게 해드리면 돼요?

"


할머니는 안된다는 걸 우기며 해달라면서 어엿한 성인인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로 명령을 했다. 뒤에서 그걸 또 보고 있자니 나는 아르바이트생이 불쌍해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곧 자기 뜻대로 작은 머핀을 잘라 담는데 성공을 한 할머니는 계산을 하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빵이 담긴 봉투를 뺏다시피 하고는 빵집을 나갔다.


"아유 할머니 참 이상하시네. 안된다고 하는데 저렇게까지 하실 건 뭐요. 힘드셨죠?"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아르바이트생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내 말을 듣지도 못하고 내 빵을 담아 계산만 했다. 얼마나 화가 나면 저럴까 싶어 마음이 안쓰러웠다.

요즘 식당이나 편의점, 빵집에 가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정말 많다. 어린 나이에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열심히 용돈까지 벌어 쓰는 그이들들 보면 참 대견하다. 근데 가끔 아르바이트생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화가 날 때가 더러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발은 기본이고 괜한 분풀이나 요구는 덤으로 한다.

간혹 아르바이트생이 서툴러 실수를 해서 항의를 받는 경우도 다. 또 아직 세상을 보는 눈이 넓지 않아 일을 유동적으로 하지 못해 답답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 사실 나도 아르바이트생의 서비스가 불편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이 아니던가. 20대 초반이면 성인이기는 하나 아직 한참 어린 나이다. 자신 일을 온전히 이해하고 완벽하게 일을 해 내기엔 부족할 수 있다. 을 벌러 나온 이 냉정한 세계에서 일을 잘 해내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대할 때 우리 어른들이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어른이 어른다워 보이는 건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닐까 싶다. 우리 또한 그 시기를 지나오며 윗사람의 관용과 용서 포용을 바랐던 적이, 절실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생각하며. 어른들이여, 제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무리한 요구도 좀 하지 말고  화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공식 홈페이지

사진과 내용은 아무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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