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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Sep 23. 2020

선택이라는 어려운 결정

우리 좋은 마음만 해요.

보고 싶은 친구들과의 모임도 하지 못한 게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 지나가면, 날 한번 잡아 보자.


이렇게 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날은 아직도 오지 못하고 있다. 단톡 방에서 '어떻게 할래? 요즘 그래도 좀 잠잠한 거 같은데, 우리 만날까?'라는 말이 오고 가기는 지만, 누구 하나 선뜻, 그래!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모임뿐이 아니다. 티브이에서 나오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보며 하. 제주도 간 게 언제였더라 생각을 해 보니 작년 가을의 춘천 여행을 끝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여행도 사실 그저 하면 그뿐이다. 올해 3월 출산을 한 절친의 아기는 꼬물이로 태어나 포동포동 살이 쪄가는 6개월 차 아기가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안아 보지도 못했고, 핸드폰 속 여행 사진의 카테고리는 텅 비어있다.

그저 내가 과감히 '선택'을 하기만 하면 친구와 아기도 만나고 바다를 보러 여행도 하는 것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요즘 제주도,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얼마나 많던가. 그러니 나도 그들처럼 그냥 '조심해서 다녀오자'는 선택과 결정을 하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도 올해는 나의 선택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친구와의 모임에서, 여행지에서 코로나에 염이 된다면 내 직장, 가족 친구 모두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살면서 선택이 이토록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신중하지 못해 책임을 져야 했던 수많은 일들을 떠올려보면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그런데 올해는 심각한 결정장애가 온 사람이 되어버렸다. 선택이 너무나 어려워진 것이다. 가족과 함께 밖에 나가 외식을 할 때도 사람들이 많은 식당을 피하게 되는 선택을 해야 하고 2.5단계 거리두기 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는 것이 괜찮을지, 머리가 지저분해도 좀 더 참아볼지 하는 것도 나름 어려운 선택이었다.

좋아하는 영화 중에 '다우트'라는 영화가 있다. 우리가 가지는 증거 없는 의심과 확신, 그리고 불확실성에 관해 깊은 생각을 던지는 수작이다. 이 영화의 주연인 매릴 스트립의 대사는 영화를 본 이후로 내가 가슴 깊이 새기는 문장이 되었다.


쉽게 내린 결정은 미래의 내가 책임져야 한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뉴스를 보며, 또 나의 일상생활에 있어 종종 이 대사가 떠오르곤 한다. 지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보고 싶은 친구는 만나면 그만이고 하고 싶은 일도 그냥 해버리면 된다. 하지만 코로나라고 하는 이 바이러스는 우리의 선택이 그냥 단 한 번에 그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우리 모두 쉽게 선택하고 결정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신중하게. 잠시 숨을 고르고 나와 남을 위한 선택 하면 어떨까. 미래의 내가 너무 힘들어지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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