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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Sep 21. 2020

이건 손님 핫도그가 아닙니다.

우리 좋은 마음만 해요



나는 핫도그를 좋아한다. 어려서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갈 때면 하나씩 얻어먹고 했던 옛날식 핫도그를. 기름에 방금 튀겨내 흰 설탕을 듬뿍 묻혀 케첩을 뿌려 먹는 핫도그는 별미 중의 별미다. 위에서부터 한입 한입 베어 먹고 안에 든 소시지를 아껴먹던 그 추억은 어쩌면 나뿐이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도 갖고 있는 공통의 장면일지도.

한 번은 집 앞을 지나가는데 동네에 프랜차이즈 핫도그 가게가 새로 생긴 것을 보았다. 천 원이면 그 추억의 핫도그를 먹을 수 있으니 참 반갑기도 반가웠다. 언제 시간이 나면 저걸 먹어볼까 궁리를 하던 차에 마침 평일 오전 연차를 쓰고 우체국에 볼일을 본 뒤 돌아오다 시간이 남 나는 핫도그를 먹으러 갔다.


아저씨 핫도그 하나만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가게에는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평일이고 문 연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 오분쯤 기다렸을까, 아저씨가 잘 튀겨진 핫도그를 기름에서 건저 내 남은 기름을 탈탈 털어냈다. 설탕에 막 핫도그를 바르려는 찰나, 내가 기다리다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지갑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는데, 아저씨가 손사래를 치며 나를 막았다.


아니 아니, 이거 손님 거 아니에요.


응? 분명 가게에는 나 밖에 없는데, 누가 먼저 주문하고 밖에 나가 있나? 당황한 나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때 마침 부엌 쪽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충 방역 회사 직원이 막 방역을 마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핫도그 가게 주인아저씨는 그 직원에게 방금 튀겨낸 핫도그를 건넸다.


이거 하나 드시고 가요. 지금 막 출출할 시간이죠?


아, 정말 고맙습니다 사장님. 너무너무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방역회사 직원은 주인아저씨에게 인사를 몇 번이나 하며 도그를 받다. 순서를 착각해 머쓱해진 순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아저씨의 얼굴과 방역회사 직원을 번갈아 쳐다 수밖에 없었다.

5분쯤 더 기다려 내 핫도그를 받아 들고 가게에서 나오며, 나는 돈을 내는 손님보다 공짜로 핫도그를 줘야 하는 손님을 더 먼저 생각한 아저씨가 참 고마웠다. 그 방역회사 직원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동생이겠지. 아마 핫도그 가게 사장님도 그런 마음으로 핫도그를 대접하신 것이 아닐까.

아직 이 세상에는 저렇게 예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살만한 게 아닐까 하는, 거창한 생각까지 들게 했던 참 맛있는 핫도그였다.


어제도 핫도그를 사 먹었다. 브런치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깜박하고 벌써 한입을 베어 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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