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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Jan 22. 2017

넬(Nell) - Newton's Apple.

거리를 둬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이야기.

넬(Nell) - Newton’s Apple
발매: 2014
별점: 7.0/10
"넬(Nell)의 한계를 깨기 위한 시도이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 격인 앨범”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자신만의 관점을 벗어던지고 남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기에 중요하다. 십여 년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밴드 넬(Nell)은 다양한 시간을 지나왔다. 인디 시절의 1, 2집에서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카피라는 소리를 듣고, 여러 정규 앨범의 출시를 통해 넬스러운 음악에 대한 개념을 확립해 갔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넬(Nell)이라는 밴드의 한계는 그들의 스타일 확립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밴드란 모름지기 변화한다. 그에 따라 색이 바뀌는 건 당연했고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막상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한계는 그들이 다루는 주제에 있었다. 밝은 톤의 반주에 비해 가사는 시궁창인 경우가 많았고, 그 노래들 대부분이 보컬 김종완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탄생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솔직한 감성의 노래로 위로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김종완의 혼잣말 속에서만 묶여 있던 감수성이었다. 그런 염려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앨범이 정규 6집, "Newton’s Apple"이다. 지금까지의 앨범과는 다르게 하나의 테마이자 상징인 '중력'으로 여러 이야기의 표현을 꽤한 앨범인 만큼 개인의 이야기를 벗어나 더 넓은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넬(Nell)은 이제 ‘받아들임’을 이야기한다. ‘중력’은 운명론인 끌림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 필연적인 그리움, 외로움, 집착, 절망, 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표현한다. 이전 앨범들에서는 항상 등장했던 "~래요?"라는 식의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CD1의 2번 트랙 ‘Fantasy’에서

비가 내리면 젖고
바람이 불면 흔들려
그럴 수밖에 없어
Yes it’s natural

그리고 CD2의 8번 트랙 ‘Burn’에서는

진실은 늘 그곳에
마치 그림자처럼
늘 너의 안에 있어
If it’s in there then just jump into the fire

이런 가사들은 받아들였기에 더욱 당연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서 편안해진 느낌이 든다. 이전 앨범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로 인해 괴로워하고, 괴로워서 소중해했더라면, 이젠 당연하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받아들여야 하는 아픔임을 인식한 성숙미를 보여주는 앨범이 아닌가 싶다.


분명 부족한 점도 많다. 정제된 사운드 속에서는 담아내기 힘든 감성들이나 이전 앨범에서 보이던 복잡한 언어 속에 숨겨진 의미 들은 많이 희석됐다. 하지만 넬(Nell)이라는 밴드의 성장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사운드 적으로 진보하기 위한 (7집 C를 위한 준비 단계 격이라고 생각된다) 계단, 아니 단순한 계단이라고만 칭하기에는 훌륭한 앨범이다.


Tracklist

CD1
1. Decompose
2. Fantasy
3. 타인의 기억
4. 침묵의 역사
5. 지구가 태양을 네 번
6. Grey zone
7. Newton's Apple
8. 환생의 밤
9. 소멸탈출
10. Dear Genovese
11. Sunshine
CD2
1. Coin Seller
2. 백야
3. Holding onto Gravity
4. Blue
5. Boy-X
6. Ocean of Light
7. Perfect
8. Burn
9. Haven
10. Wal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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