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만 다행이다.
고등학생 ~ 대학생 일 때, 나는 초록색을 무척 좋아했다.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는데,
워낙 하나에 깊게 빠지는 편이라,
초록색을 좋아하던 당시 나는 초록색 옷을 찾아 입고, 그린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2004년 당시에 초록색 옷이 얼마나 찾기 힘들었냐면,
베네통과 국내 브랜드인 '엔진'이라는 곳에서 보기 드물게 초록색 옷이 나왔었다.
초록색 베네통 후드 조끼와 초록색 라인이 들어간 엔진의 티셔츠가 기억에 남는다.
그 정도로 초록색 옷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고 2-3년 후에 초록색이 대유행이 되었다.
이젠 어디서든 쉽게 초록색 옷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당시 정말 많이 원 없이 좋아했기에 지금도 초록색만 보면
나를 떠올리는 친구들의 놀림만이 남았다.
나는 연애와 결혼을 하지 못한다.
복합적인 이유로 어쩌다 보니 친가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내 또래의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래서 마지막 결혼식에 친척들이 나를 빙 둘러싸고, '결혼 언제 할 거야?'라고 단체로 물어본 후로는 친척 모임에 가지 않는다.
어릴 때 친척 언니들은 왜 명절에 오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절실하게 그 이유를 깨달았던 날이었다.
내가 그렇게 결혼과 연애를 하지 않는 첫 세대는 아니긴 한데,
다행히도 바로 다음 세대부터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되었다.
나잇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덕에 2-3년 정도 명절 안 가고 잘 버티니
이제는 어르신들도 더 이상 결혼 이야기를 하진 않으신다.
세상에 그렇다는데!
나는 성장욕구가 많은 편이다. (적어도 내가 속한 집단에서는 그렇다)
성공과는 별개로 공부하는걸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게도 엄청나게 뭘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주변에서 그렇다니 그렇다고 치고,
새로운 걸 경험하거나 배우는 걸 좋아하는 탓에
대학교 전공도 경영학과 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과의 디지털 콘텐츠를 하였다.
그게 17년 전에는 매우 센세이션 한 일이었어서 컴퓨터공학부 교수님들께서 모든 과목에 C과제를 만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어딜 가든 "쟤야?"라는 이야길 들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2011년도에 웹 기획 강의를 듣고 웹 기획, 서비스 기획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직무라고, 회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직종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PO라는 이름으로 꽤나 유명한 직업이 되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한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니
나에게 IT는 IT이다. 개별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계시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경영학과 컴공이 하나의 학문인 것을 깨달은 것과 같이
IT는 IT이다.
그래서 IT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라는 모토 하에
업을 중요시 했지, 직장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IT를 하는 사람이면 됐다.
그런 탓에 프리랜서 경력과 이직이 많다.
그게 흠이 되어 인하우스로의 이직이 매우 힘든 편이다.
그런데 이제 능력이 있으면 이직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인재가 선호하는 인재란다.
참말 다행이다.
나의 도전정신과 성장욕과 통합적 사고 능력이
보수적인 기업에서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천둥벌거숭이로 보일지라도
세상의 흐름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시대를 대단히 잘 타고나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혁신적 수용자 정도 되려나, 캐즘에 빠지지 않은 것에 매우 감사합니다.
그래도 사실 외롭고, 이해받지 못해 서러웠던 그런 때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