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회사 송년회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논다고 생각하면 모든게 신이 난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니까
상대방이 뭘 하자고 해도 그저 좋아, 다 괜찮아 하던 나의 어떤 이면이
사람들로부터 벽을 치기 시작하다보니 모든 경계가 생겨버렸다.
그저 어떤 사람들은 나의 시간을 뺏거나 나를 비난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애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장애물이라기보다는 나를 위협하고, 나를 죽이려드는 괴물들이라는게
무의식 차원에서 느껴지는 실제적인 인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 같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정체가 변이되는 것이다.
이건 마치 넷플릭스에 나오는 변이 괴물류의 그것과 같다.
그렇다. 나는 동물을 제외한 모든 존재가 무섭고 두렵다.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에 무의식이 씌운 필터를 현상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데 종종 어떤 사람들은
무지개빛 재미있는 귀염둥이로 비춰진다.
그들은 무의식과 그들의 말과 행동, 존재 사이에 차이(GAP)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대체로, 그런 느낌이라는 걸 잘 믿지 못한다.
사람에 대한 촉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쎄함"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달까(그만큼 사람에 관심이 없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경험이 축적되고, 어린 시절의 어떤 유아기적 데이터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그 시기는 나를 지켜줄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아빠의 존재가 사라진 후부터이다.)
그 모든게, 심지어 가족들 마저도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극도로 예민한 상태.
늘 죽임을 당할 듯한 두려움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걸 명상을 통해서 많이 걷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명상을 통해 배운바와 같이 그건 그저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게 어이가 없지만
문득 지난 금요일에 열렸던 회사 송년회에
친한 몇몇 분들께서 같이 가자해서 갔다가
내 자리에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발견하고 실망했다가
다른 곳에 앉아계신 친한 분들이랑 이야기하고 놀다보니 또 신이나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까지 부르고 종국엔 신나게 놀고 온 것을 생각하니
나린 인간도 그저 어쩔 수 없이 사랑받고 싶고, 신나게 놀고 싶은 어린 아이일 뿐이구나 싶었다.
무서운 것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손 꼭 잡고 있으면 그래도 견뎌낼만 하니까.
하여튼 매순간 내 무의식에 투영된 세상을 현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문제란 무의식과 현실의 경계가 없을 지경으로 맡닿아 있어서
지나치게 온 몸으로 그 비현실적인 감각을 소모한다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