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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함께 갈 수 있습니다.

8시 49분 여의도발 국회의사당행 일반 지하철

by Noname

요즘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는 꽤나 젊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2호선에서는 상당히 피곤해하는 목소리였는데,

9호선 일반행 지하철 8시 49분 국회의사당행에서는

어쩐지 매우 적절한 다정함과 적절한 유머러스함이 2% 묻어나오는

너무 감성적이지도 않고, 너무 사무적이지도 않고

어쩐지 담대하고,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좋은 그런 느낌의


"9시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다 같이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위의 멘트를 비롯한 어쩐지 요즘 사람의 말투에

너무 딱딱하지 않고, 너무 편하지도 않은


그 말이 어쩐지 힘이 된다.


에어팟프로를 귀마개 정도로 사용하는 나이기에

지하철 방송은 들으려고 하면 잘 들린다.


책을 읽다가도 어쩐지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힘을 얻는다.


"다 같이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쪽으로 출퇴근을 한지 꽤나 됐는데 이제야 그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두번 들었는데, 어쩌면 어쩌다 근무시간이 이제야 맞은 걸지도 모르고

최근에 이쪽을 담당하게 되셨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최근 내게 그런 말이 그리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사람이 많기에 혼잡스럽다.


그런데 어쩐지 그 방송이 들린 날이면

서로 미는 사람도 없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짜증을 내는 사람도 없다.



그냥, 그 모든게 정말 참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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