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34 삶이 내게 묻는 방식

진정으로 원하는가

by Noname

삶이 내게 묻는다.

어떤 경우에 삶은 마치 길을 알려줬는데도 못 알아먹느냐는 듯이

답정너처럼 끈질기게 묻는다.


그 물음에 끈질기게 화답하지 않으면

결국엔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다.


'네가 원했던 게 이거야.'


완벽하지 않기에 나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선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나의 본질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험적 측면에서 보면 그에게 그 당시 최선의 선택을 하기에 잘못된 선택은 없으며

그저 과정 자체가 중요해진다.

과정을 겪음으로써 얻은 깨달음으로 '나에게 맞는 선택'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다.


그 선택의 시행착오를 줄여 주는 것이

다름 아닌 '사유'와 '책'이다.


타인의 경험 역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타인의 경험은 단지 '그 타인'의 경험이며

지혜롭게 테일러링 하지 않으면 다시 '나에게 맞은 선택으로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꼭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안다.'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게 나다.


그건 일종의 어리석음일 수도 있고, 오만일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어린 시절부터 '망상'에 가까운 '추상적 사유'에 익숙했던 나는

나의 삶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삶은 내게 묻는다.


안에는 돌이 박힌 달콤한 초콜릿을 주면서, 이거 먹을래?

혹은

대놓고 장애물을 들이밀고, 이거 넘어볼래?


달콤한 초콜릿을 냅다 베어 물고, 이가 깨져야 정신을 차리거나

들이민 장애물을 겨우겨우 넘었더니, 진흙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삶은 먹잇감을 던진다.

선택의 기회를 주는 관대한 창조자의 모습으로 무심하게 던진다.


그리고 나의 자유의지를 시험한다.


'어디로든 길은 있다.'

고등학생일 적 세운 내 삶의 모토이다.


어디로든 길은 있다.

중학생 시절 기술과목을 좋아해서 공고에 가고 싶었던 나의 의지를 시험하곤,

아직 그 정도냐고 물으며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주었고,

거기서 나는 귀중한 보물을 얻어

결국 다른 유형의 기술자가 되었다.


아주 찰나에 떠올랐다가 잊어버린 마음 한 조각이

삶의 방향인 경우가 허다하다.


삶은 그 찰나의 마음 한 조각들을 리스트업 했다가

하나씩 하나씩 보여준다.


'자 이게 네가 원한 거였잖아. 이번에도 아니라고 할 거야?'


그럼 다시 한번 '과정'을 겪어보자.

묻고, 또 묻는다.


아주 찰나 원했다가

쉽게 포기한 '나에게 맞는 선택'에 대하여


그 찰나의 마음 한 조각을 다시금 떠올릴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그 모든 '나에게 맞는 선택'을 직시하고, 이루어 낼 때까지


그러고 보면

내가 설계한 마흔까지의 삶, 죽음이라도 내가 선택하고 싶다고 했던 그 의지는

어쩌면 지금 당장 찾아올 '죽음'에게


제발 마흔까지는 내가 내 삶을 꾸려나갈 기회를 달라는 반어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제발, 제가 마흔까지 잘해볼 테니, 그전에 죽게 하진 말아주세요. 살고 싶습니다.


'마흔에 죽겠다.'는 말은

'마흔까진 제발 살고 싶다.'는 말이었나 보다.


나는 인생에서 세 번,

사고로 눈앞이 잠시 캄캄해진 적이 있다.

교통사고였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매일같이 '우아한 죽음'을 꿈꿨던 나에게 '죽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물론 반복된 사고 후유증으로 10년을 고생했지만)

정면으로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을뿐더러, 외상도 없었다.


삶은 내게 물은 것이다. '정말 죽고 싶은 거야?'

죽음이라는 게 얼마나 한순간에, 내 옆에 붙어 다니는지를 그때 깨달았다.

아니, 나는 살고 싶었다. 죽더라도 '잘'죽고 싶었다.

내가 죽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서,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고, 아름답게 떠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때부터 내가 좋아한 시가, 교과서에 본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시집도 사서 늘 외고 다녔다.


아무래도, 지금은 내가 중대 결정을 내려할 시기인 것 같다.


삶은 내가 여러 가지 선택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게 맞는 것인지는 이미 오래전에 리스트에 올려놨을 것


이건 뭐 내가 숨겨놓은 보물찾기 쪽지를 어디다 걸어놨는지 잊어버리고

찾아다니는 꼴이다.


나중에 그 퍼즐 조각이 맞춰지면 정말 즐겁겠지.

하지만 역시 '어디로든 길은 있으니' 최대한 많은 '똥'을 밟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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