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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호주에서 돌아오지 않는대

그러면 좋겠다.

by Noname

"너가 어젯밤에 내 꿈에 나와서 이제 영영 호주에서 산다고하지 않겠니?"


나도 그러면 좋겠다.

물론 호주로 간다거나 하는 생각은 이미 접은지 오래지만

어쩐지 1년에 한번 통화하는 친구의 첫마디가 꿈에서 내가 호주에 산다고 했다니.



"내가 멀쩡한 인간이 되어 볼테다."


너는 이미 멀쩡하다. 우리가 너무 성실하게 바르게 굳건하게 혼자서 다해가며 아둥바둥 버티려 들다가 부러져버리는게 문제잖아.


우린 이미 멀쩡한데,

자꾸 스스로 멀쩡하지 않다고, 부족하다고, 모자르다고 왜 이것밖에 못하냐고 자책하고 자기비하를 하면서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게,


단지. 타인들에게는 위화감을 준다는 사실을


만약 누군가 우리를 떠나고, 우리를 미워하고, 우리를 비난한다면

아마도 그 이유였을거다.


너와 나는 기댈 곳이 없었고, 의지할 곳이 없었고, 모든 걸 스스로 다 해내야했어서

공부에 집착하고, 책에 집착하고, 늘 뭘 배워야하고, 늘 뭔가를 아주 잘해야하고, 열심히 해야하고


친구와 나는 세네갈에서 국내교육도, 프랑스어도 둘이 1,2등을 했었다.

교원대 출신의 매우 영리하고 똑똑한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인데도

나보다도 그림도 잘 그리고, 옥구슬 같은 프랑스어발음을 할 줄 알고, 영어도 잘하고


뭐든 다 잘하는데도, 그런데도 너는 늘 부족하고 못난 자아상을 갖고 있어

우리는 그렇게 닮아있었다. 물론 나 역시 내가 잘하는게 없으니 이렇게 노력하고 살고 있는 거고.



너는 이미 멀쩡하다는 말에 친구는 잠시간 흐느꼈다.


나는 이제 모르겠다.

이제는 주어진 것에 그저 감사하고, 아둥바둥 어금니를 깨물고 버티려 들다 부러지지 말아야지.


"주변에 이런 말을 할 곳이 아무데도 없어서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그런데 너에게 이렇게 도움을 구하는데 시간 뺏는것 같고 미안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도움을 받지 못해.


그런데, 도움을 구한다는 건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일이더라.

우리처럼 혼자 다 알아서 하려고 애쓰는 애들은 남들이 보기엔 오만하고, 혼자 잘난 인간처럼 보여서 미운털이 박히는거야.


도와달라는 말을 많이 해보자. 근데 사실 나도 잘 안 돼.


한동안 인스타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동안 늘 친구가 내가 읽은 책들 중 하나를 골라서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너가 있으니 나도 다시 기운을 내서 해봐야겠다.


뭐.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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