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스러움
현실에서 살짝 발 뒤꿈치를 들었다.
"하나 골라보세요."
"저 이거요!"
아주 귀여운 공룡모양을 골랐다.
"에이, 그건 (물건이) 안 들어있어요!"
"귀여운데..."
"그럼 이것도 같이 가져가세요!"
내용물은 텅 비어있는 귀여운 걸 골라버리다니.
어쩐지 나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어쩐지 그랬다.
실용적인 용도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상하다기 보다는 키치스럽다.
중고등학생 때는 텐바이텐이라던가 천삼백케이와 같은 디자이너 상품 쇼핑몰이 있었다.
마리모 라던거 그런 쓸데 없는 것들을 좋아했다.
그보다 더 어릴 땐 특이항 모양의 돌을 모았고,
그보다 더 어릴 땐 매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빌딩블록으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서 엄마를 보여주곤 했다고 한다.
나는 늘 뭔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만 같다.
실용적이지 않다.
어릴 적 좋아했던 '환상의 요정 무민트롤'과 같이 이상적인 체제와 세상과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음악도 재즈나 클래식을 좋아한다.
물론 이걸 또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자세히 알려하지 않고 그저 좋아서 듣는다.
삶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것들
경제적 능력이 좋았다면 어쩌면 가장 사치스러운 인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행히도 나의 현실은 나를 땅에 발을 붙이도록 끌어내려준다.
그래서인지 실용적인 것들이 너저분하게 삶에 끼어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쩐지 삶의 지리멸렬함이 파고드는 느낌이다.
어쩌면 너무도 삶이 지리멸렬해서 그런 것들로부터 도망치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의 경제력에 준하는 지리멸렬함들을 안고 살아가야하는데,
그걸 굳이 내 눈 앞에 진열해두고 싶진 않달까.
현실에서 살짝 발 뒤꿈치를 들었다.
아름답고 평온한 아침이다.
좋아하는 재즈를 들으며 살랑 춤을 추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