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냄
그토록 바라왔지만
그토록 거부하고 싶었던
그 감정이다.
한끝차이.
숨이 쉬어지고, 숨이 멎는 그 차이.
누군가를 잃을게 너무도 두려운 나머지
내가 먼저 떠나버려야겠다는 그 이기적인 발상이
늘 누군가를 떠나보냈건만
막상 가장 무서운 건
바로
나 자신과의 이별이지 않을까
한참 몰입해있던 게임이 끝나는 것처럼
이 생동감, 이 감각, 이 공간, '나'라는 인식이 풀려나는 그 순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우왁스러운 공포가 아니다.
이건, 칠판 긁는 소리에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잔혹함이다.
드디어 이 느낌을 명백하게 잡아낼 수 있게 됐다.
그리하여, 온전이 그 공포를 느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숨을 내쉰다.
아직은 살아있다.
내 방 가득한 나의 흔적들과
결코 아무것도 아니게될 나의 서사와
누군가에게 기증될 이 작은 몸과
아, 뒷처리를 하기엔 잡다한 물건이 너무도 많은걸
그러니 살고 싶다.
너무도 자질구레하고, 너무도 보잘것이 없어서
그래서 더더욱
타인들이 만들어낸 환상과 물건과 삶이라는 그 이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느끼고, 집어삼키며
조급해 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그런대로 견디고, 그런대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