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왜 가끔 만날까
보고싶기 때문에 만나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보고싶다고 해서 보고싶은 만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 보고싶다는 마음은 어느 순간 어떤 향수가 일어나
잠시 스치는 찰나의 감상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이상에야
각자 잘 살고 있고
각자의 삶으로 바쁘고 정신이 없을텐데도
그냥 어느 순간 '네 생각이 났어.' 라는 말로 사람들은 서로를 잠깐 그리워하다가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기 위해 만난다.
그러고는 어쩐지 어떤 만족감이나 기쁨, 혹은 에너지를 채우고는 다시 또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한참 공부를 할때 사람을 만나는건 내겐 독이었다.
매일 매일 유지되어 몇개월을 지속해오던 습관화된 집중력과 공부 패턴이
사람을 한번 만나고 오면 바로 그대로 흔들려 버리고는 잡다한 생각들이 침투해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에 2-3일이 걸렸다.
너무도 쉽게 타인에게 물드는 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않다보니
누군가가 만나자고 해야 만나는 스타일이다.
아직까지 인간관계가 남아있는게 이상할 정도
그러고보니 신기하게도 30대 초중반의 유부남분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오곤한다.
굳이 내가 뭘 잘 사는 것도 아닌데
굳이 해줄 이야기도 없고, 나 역시 아직도 헤매이고 있는데
같이 일하셨던 분들도 있고, 회사분들도 있고, 오다가다 알게된 분들도 있고
꼬이라는 내 남편감은 안 꼬이고, 주변에 맨 남의 남편들 뿐이다.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도
굳이 왜 나랑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지만
나 역시 재밌긴 한데
여튼 고마우면서도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