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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옆에 있어 몰랐다 네가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내 동생

by Noname

한 10여년 전 쯤이었다.


동생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당시 우리는 쭉 같이 살아왔었기 때문에 서로 외부에서 약속을 잡고 만난 적은 처음이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잠시 후, 저 멀리서 어쩐지 익숙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나는 네가 내 동생인 줄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당시엔 동생이 나를 언니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언니와 동생으로 구축되어있던 위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


늘 옆에 있어 몰랐다.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였구나.


어릴때는 매일 돌보고, 신경 써야하기에 당연히 내 말을 들어야만하는 '동생'으로만 인식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달라졌다. 동생이 청소를 하지 않아도, 너는 그저 그런 또다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동생은 나를 '언니'라고 부르지 않기 시작했고,

서로 간에 존재했던 '벽'과 관계의 '틀'이 사라졌다.


그런데 내면에서 나의 영혼이 내게 말했다.


'너 역시 나에겐 그렇게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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