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26 온 세상이 내 집이다

산에 가면 산사람, 바다에 가면 바닷사람

by Noname

예전에 친구가 그랬다.


너는 어쩜 그렇게 어딜 가도 잘 자고, 어딜 가도 잘 먹고,

산에 가면 산사람이되고, 바다에 가면 바닷사람이 되냐고


그러고보면 어딜가든 어디서든

적응도 빠르고, 금방 익숙해지는 편이었다.


2020년 6월에 서울에 온 후부터였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생활에 익숙해질 때 즈음


언젠가부터 '집 최고'라는 말이 입에 붙어서는

어딜 가는걸 내켜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의 그 빠른 적응력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 당시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운동도 하지 않고,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작년 8월 친구와 함께 캠핑에 가서는

도대체 집 놔두고 왜 길바닥에서 잠을 자냐고 투정을 부렸더랬다.


그리고 이번 캠핑에서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세상의 중심을, 내 작은 몸뚱아리 하나로 옮겨버리진 않은 건지.


작은 방 한 칸에 의지해서

세상을 등지고, '히키코모리'가 꿈이라며


아무 변화도 없는 무채색의 삶에 무거워진 몸을 뉘이고는

'아무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라고 느끼고 있던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기도 하지만

체력이 없을 경우, 매우 힘겨운 일이 된다.


20대 무한체력을 자랑하던 나는

2021년 인생 일대, 체력바닥의 시기를 겪었다.


입 한 번 벙긋하기도 힘들었다. 정말로.

말하는 것도 힘이 들 수 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언젠가 체력이 약한 친구들이 두어시간 놀다 이내 지쳐서 눕거나, 음식을 찾거나 하면

왜 그러는지 전혀 몰랐다.

그저 아쉬웠는데, 이 참에 알게된 것이다.

세상엔 정말도 1-2시간 만에 체력이 고갈되는 경우도 있구나.


다시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으니,

감기에 걸린 채로 캠핑에 가서 감기가 나아오는 일도 가능했다.


맨바닥에서 자는 잠은 포근했고, 가까이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명랑했다.


온 세상이 내 집인 것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도 한달간 현지인 집에 금방 적응 해서

물 한동이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때 새벽 3-4시 경에 물이 나왔는데, 그때 일어나서 빨래를 하기도 하고,

새벽에 울리는 아잔소리를 자장가 삼기도 했다.


홀로 지리산 종주를 2박 3일 갔을 때도,

3일 내내 씻지 않고도, 대피소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그렇게 몸에 가볍고, 땀냄새보다는 향긋함으로 다가오기까지 했었다.


온 세상을 벗삼아 내 집처럼 살려면

우선 내 정신이 자리잡은 내 몸부터 튼튼해야하겠다.


몸이 맑고, 경쾌한데,

어딘들 천국이 아닐 수 있으랴


요즘은 아침마다 감사 일기에 적는다.

나의 몸과 나의 마음에 감사한다.


이 몸으로 이 생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바로 다음 순간 이 생이 끝날지라도, 이 뭉클함만은 간직하고 떠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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