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라면?
6개월쯤 전이었다.
올리브엑스트라버진오일과 레몬즙을 아침에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둘 다 2개씩 주문을 했다.
예쁜 잔에 반반의 비율로 잘 섞어서 쭉 들이켰다.
그리고 그 즉시 극심한 복통으로 데굴데굴 구르다가 한 30-40분이 지난 후에야 잠잠해져서 회사에 갈 수 있었다.
일전에 잘못 처방받은 코로나 약으로 인해 손상된 위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레몬즙은 산이라던데, 그럼 올리브오일만 먹어볼까 싶어 그다음 날에는 올리브오일만 먹었다.
역시나 어제 느꼈던 복통만큼의 통증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식은땀이 났다.
역시 30분을 구르다가 출근할 시각이 되어 배를 부여잡고 출근을 했다.
점점 괜찮아졌다.
사실 돈가스나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속이 더부룩해진 건 꽤나 오래되었다.
몸의 변화를 잘 느끼는 편이라서 "아 이제 나이를 먹어서 기름진 게 소화가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몇 개월 후에 올리브오일파스타를 먹고 알았다.
"나, 기름은 먹지 못하는 몸이 된 거 같아."
그런데 또 어찌나 미련한지, 기름을 먹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보다는 다른 이유로 얼른 건강검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급하게 예약을 하려 보고니 대장내시경은 12월이나 되어야 받을 수 있었다.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고, 주변에 내 또래의 대장암 환자분이 계셨기에 이번엔 받아봐야지 했는데, 어쩐지 나도 모르게 "너무 늦는데..." 싶어서 대장내시경을 포기하고 예약을 했다.
작년 10월부터 올 5월까지 다사다난했던 모든 사건들이 원인이었던지
장기의 여러 곳에 용종이 발견됐다. 나이가 들면 으레 그렇다고는 하지만 내 주변을 통틀어 식단이나 운동을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도 별로 없거니와, 딱 그 시기에만 그전에는 전혀 마시지 않던 술을 한 달에 1-2번 마셨고, 치킨 같은 음식을 3개월에 한 번 정도 먹었다. 그게 원인이라기엔 억울한 구석이 있다. 게다가 평소에는 자극적인 음식은 1개월에 한 번도 잘 먹지 않았는데 말이다. 걸리는 게 있다면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3-6월 기간 동안 주말에 당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것 정도랄까.
그래 아무리 관리한다고 했어도, 완벽할 순 없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지. 그런데 몸에 체지방도 늘어있었다. 이것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주 5회 하던 운동을 주 2-3회로 줄였다고 체지방이 이렇게 늘어난다고?
여러모로 무기력해졌달까.
그냥 대충 매일 술 마시면서 온갖 단당류를 섭취하며 적당히 살며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한 게 오히려 삶의 질 면에서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기름이 소화가 되지 않는다면 담낭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하니, 진단을 받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