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더 했을까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을 줄 알았다면
심지어 몇십 년 후의 미래를 떠올리기까지 하고 있을 줄 알았다면
난 뭘 더 했을까
용서를 했겠지
아니 용서보다 그전에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었겠지.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지 따졌겠지.
그렇게 정을 떼는 마음으로 못되게 굴지 않았겠지.
정말 못되게 군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간의 모든 것들을 끊어버릴 핑계가 필요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미묘함을 그들이 눈치를 챘던 거겠지.
더는 지속할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때 최선을 다해서 다시는 오지 못할 순간들을 열정적으로 보냈으니까.
그건 마치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후,
정을 떼려고 일부러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줘야만 하는
뭐 그런 신파였달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으니
그것도 곤욕인 것이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지만,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현재를 갉아 먹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 대가란
이 지루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들을
그저 나를 사랑해 줬던 그때의 기억들만을 붙들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도무지 내가 못되게 군 기억만 가득 채워져서
하루에도 몇 번씩 허우적거린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