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사실은 악마에 가깝다.
물론,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도 알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템플스테이에서 십악참회의 죄조차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그것이 죄임을 알고,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 모든 것이 공인 것을 알면 그것이 참회라고 했다.
사람이 죄를 짓지 말아야하는건,
정말 아무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한 일이라고 해도,
나만은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예전에 엄마가 그런 말을 했다.
'사는게 서로 상처 주고 받으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뭐.'
어릴 때, 엄마는 나에게 너 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못된 애라고 했었다.
뭐 그럴 수 있다.
엄마가 어떤 말을 했건 중요한 건,
내가, 그 말을 부정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행한 일들보다, 그러지 못한 몇몇 일들을 너무도 심장에 박히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나의 사소한 나쁜 행실을 기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톱 밑의 가시처럼 그렇게 나에겐 너무도 크게 박힌다.
그래서 때때로, 어젯밤과 같이 나는 밑도 끝도 없는 수치침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어젯밤은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너무도 부끄러워서 숨어버리고 싶었기에
타인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두려웠다. 나는 무서웠다. 나는 너무 슬펐고, 정말 수치스러웠다.
오늘은 나룽이 기술사님의 결혼식이었다. 또래 기술사들이 모여 같이 울산에 가기로 했다.
언젠가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 했던 나의 모습에 그들 역시 찔린 적이 있었다.
이런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런 나를 싫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토록 모나고 못된 내가 싫어서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동굴에 숨어서 지냈었으며,
갑자기 내가 다시 나타났을 때, 걱정했다며 아무렇지 않게 나를 다시 받아준 소중한 친구들이다.
밤을 새우고, 겨우 잠들었다가 울산에 가기 위해 공항에 갔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수치심은, 못된 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공격하는 내 자신에 의해 발동된 감정이다.
어쩌면, '서로 상처 주고 받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주고 받은 상처보다 서로의 존재가 더 소중하기에 '그런 적도 있었지'하고 품는 건데
그 일을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할 수 없는 때가 온다.
그땐 객관성을 잃고, 밑도 끝도 없는 자괴감에 빠져
'다자이 오사무'선생님의 '인간실격'을 떠올리며
'부끄럼 많은 생을 살았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하는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기엔 나는 분명 모자른 사람이다.
이것부터 받아들여야한다.
나는 못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아프게 했었으니, 나는 너무 아프다.
아프게 한 것에는 걱정을 끼친 것도 포함이 된다.
나 또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공감을 수도 없이 해보아도
고마운 만큼, 사랑하는 만큼, 뻔뻔해질 수 없는 걸.
이미 충분히 나를 품어준 그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다할 길은 내가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본인 스스로를 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