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76 상처받고 싶지 않다

더이상

by Noname

상처받고싶지 않다.

그게 진실이었다.


사람을 피하고, 연락을 피하고, 동생조차 없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었던 건,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보장이 된,

어느 정도 신뢰할만한 사람들에게 마저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늘 머뭇머뭇,


그래도 괜찮아, 연락해도 괜찮아

라고 수없이 말하는 걸론 부족해서


'네가 연락하지 않는게 너무 서운해'라고 눈물까지 살짝 내비친 후에야

겨우, 그래도 되는거냐며 조금씩 마음을 열고 연락을 한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상처받기 싫어서 잔뜩 웅크리고는,

나에게 따뜻한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길 바라면서도

말을 걸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모순투성이로 앉아있다.


애초에 부정적 예측을 하면, 차라리 덜 상처받으니까

미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정해버리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철벽을 친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충분히 사랑을 받았고, 분명 나의 행동에 그 태가 남아 있음을 나도 안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거부하면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호랑이와 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슬픔을 두려워 말라. 사랑과 슬픔은 같은 것이니.'


명작 에반게리온 TV판 25화 인지 26화인지에 보면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

'즐거운 일만 염주처럼 꿰어서 살 수는 없는 거야'


이카리 신지는 지하철 안에서 잔뜩 웅크리고 귀를 막고 있다.


알고있다. 그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찢긴 상처를 드러내놓고 있는 짐승처럼 약하고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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